23일 오후 베트남 다낭 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한국행 비행기들이 대부분 취소된 것으로 공항 내 알림판에 뜨고 있다. 하노이=뉴시스

베트남 주요 관광지인 다낭과 호찌민시에 입국한 한국인들이 2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 받기 위해 전격 격리됐다. 이미 ‘한국 방문 자제’를 자국민들에게 권고한 베트남 정부는 금명간 하노이 등 나머지 대도시로 한국인 입국자에 대한 격리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외교부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이번 조치에 강력하게 항의하며 사태 확산을 주시하고 있다.

베트남 주한 대사관과 베트남 뉴스 등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다낭시 보건 당국은 이날 오전 대구발 여객기에 탑승했던 한국인 20명과 베트남인 60여명에 대해 별도 입국 절차를 진행한 뒤 다낭시 폐병원에 한국인 모두를 격리했다. 당국은 현재 입국자들을 상대로 발열 검사 등을 진행 중이며, 현재까지 양성 판정이 나온 사람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낭시의 이번 조치는 전날 대구에서 입국한 25세 베트남 남성과 이날 입국한 두 명의 베트남 여성이 발열 등의 증세를 보이면서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다낭시 관계자는 “당분간 대구-다낭 항공편이 없을 예정이라 사실상 (대구에서 입국하는) 마지막 승객들에 대해 긴급히 조치할 필요가 있었다”며 “베트남 내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호찌민시도 격리 조치에 합류했다. 호찌민 보건부는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한국에서 입국한 575명 가운데 대구 출신 한국인 3명을 병원에 격리했다. 3명 중 2명은 호흡기 이상 질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격리되지 않은 572명은 당국의 추적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는 “신종 코로나 사태 확산과 관련, 입국하는 모든 한국인들을 검사한 뒤 (경우에 따라) 격리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국 정부는 급작스런 베트남의 격리 조치에 강하게 반발했다. 외교부는 이날 “외교 채널을 통해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된 점에 대해 엄중하게 항의한다”며 “한국민에 대한 과도하고 불합리한 조치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베트남 정부는 이에 “이번 조치는 일시적이고 잠정적인 성격의 것”이라며 “한국민의 불편이 해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韓 검역 수위 전역으로 확대될 가능성 높아

베트남 정부가 한 발 물러난 것처럼 보이지만, 한국인 격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현지의 분석이다. 외교 수사와 달리 베트남 내에선 여전히 한국인 입국에 대한 강경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베트남 국가지도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열고 “(한국 등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보다 강하고 빠른 조치를 취하면서, 동시에 조기 인지 및 격리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보건 당국도 전날 오후 3시를 기점으로 자국내 모든 공항에 “한국에서 오는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검역신고서를 작성케 하고 검역데스크의 확인 이후 입국 시켜라”는 지시도 하달한 상황이다.

수도 하노이의 분위기도 심상찮다. 하노이 보건국은 22일 응우옌득쭝 하노이 시장이 주재한 긴급회의에서 “한국의 신종 코로나 발생지역에서 입국하는 한국인과 자국민을 14일간 격리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보건국의 제안은 최근 보건부로도 전달됐으며 중앙정부는 여러 권고를 종합해 최종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격리에 앞서 베트남에 입국한 한국인에 대한 검역 및 조사도 한층 강화됐다. 하노이 당국은 최근 한국인 거주 현황과 최근 2주 동안 한국 방문 여부 등을 파악하고 있다. 또 한국인과 함께 일하는 자국민을 상대로 인터뷰 등 추가 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주베트남 한국 대사관 측은 “지금까지 한국 국적자라는 이유로 베트남 입국이 불허된 사례는 없다”면서 “베트남 정부와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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