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소재 건물에 신한은행 폐쇄를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해당 은행 직원은 지난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평소 고객 접촉이 많은 금융권에도 비상이 걸렸다. 각 금융사들이 예정된 행사일정을 줄줄이 취소하는가 하면, 한국은행은 사상 초유의 금융통화위원회 ‘화상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로 했다. 시중은행들은 본점 폐쇄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둔 비상계획(컨티전시 플랜)을 마련하고 있다.

 ◇일정 취소, 온라인 회견 등 잇따라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예정됐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5대 금융지주 회장의 조찬간담회는 3개월 뒤로 연기됐다. 올해 첫 회동인데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에 따른 중징계 이후 만남이어서 큰 관심을 끌었지만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미뤄졌다. 전날에도 은행권청년창업재단에서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과 은행장들의 간담회 및 만찬이 예정돼 있었지만 역시 취소됐다.

한은은 27일 금통위 회의 후 열리는 이주열 총재의 기자회견을 사상 처음으로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한 ‘원격 회견’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금통위 직후 한은 총재의 기자회견은 향후 금리 향방을 가늠하는 잣대로 여겨져 취재진의 관심이 높다. 보통은 100~200명의 기자단이 모인 한은 본관 기자실에서 열렸는데, 코로나 사태로 혹시 모를 위험을 막고자 화상 회견으로 대체됐다.

보험업계도 자사 소속 설계사들에게 대면 영업 자제 권고를 내렸다. 증권사들 역시 개인 및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세미나를 잇따라 연기하거나 컨퍼런스콜로 대체하고 있다.

 ◇은행들, 본점 폐쇄까지 대비 

소비자와 기업 간 대규모 자금을 중개하는 은행들도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시중은행들은 확진자가 발생한 영업점을 폐쇄한 데 이어 ‘본점 폐쇄’라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은행 본점은 대규모 인력이 모인데다, 내ㆍ외부 통신망이 분리된 전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대비 없이 건물이 폐쇄될 경우 자칫 금융시스템이 마비되는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폐쇄 상황에 대비해 정보기술(IT) 분야를 포함한 본부 핵심 인력을 서울 강남, 경기 수원시 광교, 고양시 일산의 스마트워킹센터 등으로 분산 배치했다. 또 자택 컴퓨터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해 필요 시 재택근무가 가능하도록 했다. KB국민은행은 전산센터를 서울 여의도와 경기 김포 두 곳으로 이원화해 운영하고, 양 센터에서 모두 확진자가 나올 경우 필수 인력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보안 네트워크로 원격 접속할 환경을 구축했다.

하나은행은 본점 비상 상황에 대비해 인천 청라글로벌캠퍼스, 서울 중구 서소문 등에 대체 사업장을 마련했고, 비상 시 전산직원 재택근무를 위해 주거지에 은행 내부망에 접속할 환경을 만들었다. 우리은행도 우리금융 남산타워와 서울연수원 등으로 나눠 근무하는 대체 사업장을 마련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방호복을 입고 근무할 시스템까지 마련하는 등 철저한 비상 체제를 갖추는 중”이라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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