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정신병원 실태 조사나
감염관리 강화 내용 전혀 없어
“국민 보호 의무 방기한 것” 지적
경북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입원환자 103명 가운데 101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되고 7명(7%)이 사망하는 유례없는 참사가 벌어졌지만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올해 주요 업무계획에는 대남병원 참사 재발 방지 대책이 한 줄도 포함되지 않았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조차 ‘수용소형 병원’이 아직까지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이러한 병원이 얼마나 존재하는지 실태파악을 위한 정신병동 전수조사 계획마저 ‘주요 계획’에 없었다. 권준수 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는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2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2020년 업무계획’에는 대남병원 사태에 무심한 정부의 시각이 그대로 담겼다. 현장을 답사한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마저 입원환자들의 영양상태가 나빴다고 평가할 정도로 해당 병동의 환경이 열악했다. 그러나 업무계획에는 만성 정신질환자를 수용하다시피 하는 일부 정신의료기관을 찾아내고 개선하는 내용의 대책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정신병동 감염관리를 강화하는 내용도 담겨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관계자는 “업무계획에는 큰 계획들을 주로 담았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신건강의학계는 정부가 만성 정신질환자들의 처우 개선에 ‘무관심’해 실제로 대책이 나올지 알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들 만성 정신질환자의 대부분은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 정부의 의료비 지원을 받는 의료급여 수급자다. 대남병원 정신병동 입원환자 역시 81%가 의료급여 환자였다.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 등 보호자도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 정부가 이러한 사회적 약자를 적극적으로 구하기보다 열악한 의료기관에 방치하고 있다는 게 지적의 골자다. 권준수 전 이사장은 “정부는 만성 정신질환자가 입원해 있으면 골치 아프지 않아서 좋고, 병원은 수익을 올리니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업무계획에는 전국에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을 세우는 내용도 담겼으나 이 역시 구체적인 계획을 포함하지 못했다. 예산이 제대로 확보될지 복지부 스스로 장담하지 못해서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 직후 정부가 감염병 전문병원 5개를 세우겠다고 했지만 현재 단 1곳도 문을 열지 않았다. 유주헌 복지부 기획조정담당관은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필요하고 추가경정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해서 지금 확충 규모를 밝히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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