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를 맞아 예배당에서 집단적으로 이뤄지는 주일 예배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개신교계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
4일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교단(예장통합)의 교단지 ‘한국기독공보’에는 이런 주장을 담은 정장복 한일장신대 명예총장의 기고문 ‘예배 없는 예배당을 보면서’가 실렸다.
이 글에서 정 총장은 “지금 전국의 모든 교회가 예배당에 모여 드리는 예배를 고집할 것인가, 아니면 장소와 방법을 달리한 피난 형태의 예배를 드릴 것인가. 이 질문을 안고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예배 잠정 중단’이라는 팻말은 잔인한 일제의 핍박이나 어떤 사건에서도 찾아볼 수 없던 일이지만, 지금의 현상은 전쟁터에서 날아온 총탄을 피해야 하는 절박한 환경”이라며 “각 가정에서 예배를 드림이 교회의 예배를 단절시키는 게 아니라 장소의 일시적 변경임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총장은 그러면서 “각 가정에서는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순서로 예배하면서 동일한 메시지를 경청하는 예배 형태를 응급 조치로 여기도록 하고, 목회자는 평소보다 더 진지하게 예배와 설교를 준비해 방영하자”고 제언했다.
정 총장은 예배 고수 주장을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한편에서는 예배를 드리다가 ‘코로나19’에 걸려 죽으면 순교라고 주장하면서 예배당 예배를 고수하기도 한다”며 “이때를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해 제2의 신천지 모양이 된다면 우리 교회는 사회의 신뢰와 존경을 크게 잃고 온전한 예배 회복에 극심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기독공보에는 비슷한 주장의 안교성 장로회신학대 교수의 기고문도 실렸다. 안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예배를 드릴 경우 주일성수(주일을 거룩하게 지키는 일)는 당사자들만의 종교 행위가 아니라 재난의 또 다른 확산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지금 사회는 교회의 종교 자유를 침해하자는 게 아니라 시민적 공공성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지금도 장애인, 노약자 등 주일성수를 할 수 없는 예배자들에 대한 교회의 대책은 완벽하지 않다”며 “이제 우리가 이번 사태 이후의 교회와 예배에 대해 생각을 모을 때”라고 했다.
일찌감치 온라인 예배를 촉구해 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또한 “우리의 안전을 위해 모두 함께, 지금부터 (만남과 종교 행사를) 잠시 멈추고 자신과 이웃을 차분히 지켜내자”며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권장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2주간 동참하자고 제안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