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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방담] “김정은이 ‘형 도와줘’ 하려니 민망해서 김여정이 나섰나”

입력
2020.03.07 11: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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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서를 교환했다고 5일 청와대가 발표했다. 서신 교환 직전인 3일 밤엔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청와대를 비난하는 담화를 내놓았다. 북한의 로열패밀리 ‘백두혈통’ 김 제1부부장 명의 성명이 처음이라는 점도 주목을 받았지만 그 내용이 청와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것이어서 더욱 이목이 집중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남북대화 국면에서 메신저 역할을 했던 김 제1부부장이 전면에 나섰기 때문에 파장이 컸다. 남북 정상 간 서신 교환과 그 직전 있었던 김 제1부부장의 청와대 비난 발언 배경을 알아보기 위해 청와대와 외교안보팀 기자들이 모였다.

나를 돌아봐(돌아봐)= 김여정 제1부부장이 3일 밤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 방식에 경악을 표한다'고 담화를 냈는데요. 어떤 일이 있었나요.

밥 먹었더니 배불러(배불러)= 2일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 지도 하에 초대형 방사포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비롯해 수십 발의 발사체를 쐈습니다. 청와대는 즉각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해 북한의 군사적 긴장 초래 행동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 제1부부장이 담화문 형태로 남측이 ‘주제 넘게’ 간섭했다는 취지로 청와대 대응에 반발하고 나선 거죠. 다만 문 대통령에 대한 직접 공격은 피하고, 청와대 참모들만 비난하면서 수위 조절은 한 것으로 보입니다.

마음은 콩밭에(콩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한반도 평화 주목도가 다소 떨어진 측면이 있지만 사실 3ㆍ1절부터 남북 정상 간 친서 전달 사실이 공개된 5일까지 많은 일이 있었어요. 문재인 대통령이 1일 “북한과 보건 분야 공동협력을 바란다”고 했지만 북한은 2일 단거리 발사체를 쐈죠. 청와대는 “유감이다. 중단하라’는 입장을 밝히자 김여정 제1부부장이 3일 등판해 ‘내부 훈련이다, 남한이 이래라저래라 할 일이 아니다’라며 발끈했고요. 그리고는 4일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코로나19 잘 이겨내라, 신뢰한다’고 친서를 보냈고, 문 대통령이 5일 화답을 한 겁니다.

정치부 카톡방담-냉·온탕 오가는 북한. 그래픽=김문중 기자
정치부 카톡방담-냉·온탕 오가는 북한. 그래픽=김문중 기자

돌아봐= 백두혈통인 김 제1부부장이 '담화 정치' 전면에 등장하는 바람에 더 충격적이었죠. 그가 전면에 나선 이유가 뭔가요.

레고는 설명서대로(레고)= 남매의 '치밀한 호흡'이었다고 보입니다. 일단 북한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감이 상당한 듯 합니다. 남측으로부터 도움 받을 여지를 열어둬야 할 정도로요. 김정은으로선 "형(문재인 대통령), 도와줘" 하려니 지난날 형에게 짜증내고 분풀이했던 게 민망스러웠을 테죠. 이 때 김 제1부부장이 등장합니다. 그는 청와대를 저능아라고 맹비난하면서도 ‘문 대통령은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란 식으로 쏙 빼놓습니다. 청와대 비난이 목적이 아니라 남북 정상 간 소통 채널을 열어두려는 게 애당초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평화의 비둘기(비둘기)= 김 제1부부장은 북한 지도층 중 남한에 가장 친숙한 인물입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대남특사로 방남해 문 대통령과 악수를 하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이후 남북정상회담마다 김 위원장을 '그림자 수행' 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죠. 문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김 제1부부장이 대남 비난 전면에 나섰으니 정부 당국자들도 당황한 모습이었습니다. 김 제1부부장은 최근 당내 권력 핵심부서인 조직지도부를 맡은 것으로 추정됐는데 단독 담화를 낼 정도로 정치적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도 증명됐습니다.

돌아봐= 김여정 담화 후 청와대와 정부도 당황한 기색이었는데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당나귀)= 김여정 담화 중 “우리와 맞서려면 억지를 떠나 좀더 용감하고 정정당당하게 맞설 수는 없는가.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고 했다. 딱 누구처럼…”이라는 문장에 주목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굴지 말라는 뜻이죠. 소극적 태도를 버리라는 요구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콩밭= 김여정 담화 이후 ‘입장을 낼 만한’ 당국자들은 기자들과 접촉을 피하려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지금 보니 김정은 위원장 친서를 비롯해 북한의 ‘전향적인 변화’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담화에 대해 가타부타 말을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겠죠. 때가 때이니 만큼 방역 협력을 중심으로 남북이 대화를 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있습니다.

돌아봐= 신종 코로나 사태 여파로 올해 상반기 한미연합군사연습이 연기됐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이 2일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한 것은 오히려 도발 행위 아닌가요

배불러= 북한 입장에선 지난해 시험 발사했던 신종 무기들의 실전 배치를 위한 시험 사격이라고 합니다. 초대형 방사포의 경우 김정은 위원장이 연발 사격 성능 향상을 주문했기 때문에 북한군 내에선 실제 향상 여부를 김 위원장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부담도 더해졌고요. 일각에선 북한이 무기를 개발하고 시험 발사하는 걸 ‘도발’ 또는 ‘무력시위’라고 보는데 사실 우리 군도 F-35A 스텔스 전투기 등 전략무기를 도입하고 또 다양한 무기 등을 시험하지만 스스로 ‘북한에 대한 도발’이나 대외적인 무력시위를 한다고 비난하지는 않습니다. 조금만 역지사지(易地思之) 하면 북한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닌 거죠.

당나귀= 김여정 담화가 나온 이튿날 문 대통령은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했죠. 공군은 이날 최신예 F-35A 스텔스 전투기와 무인 정찰기 글로벌호크 등을 공개했습니다. 북한은 담화에서 “그것들(첨단전투기)로 농약이나 뿌리자고 끌어들여왔겠는가”라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죠.

돌아봐= 북한은 북미 비핵화 협상에 진척이 없자 올해 자력갱생으로 정면돌파를 선언했습니다. 북한이 '말폭탄' 을 쏟아내며 큰소리를 쳤지만 코로나19 악재가 겹쳐 경제 상황이 어렵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어떻게 보나요.

비둘기=김 위원장은 남한이 코로나19 사태를 잘 극복해야 한다며 문 대통령을 위로했지만 사실 북한 상황도 걱정됩니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밝힌 의학적 감시 대상만 7,000명인데 정확한 진단이 이뤄질지도 의문입니다. 북한이 북중 교역을 중단해 물자 부족이 심해 장마당 물가도 크게 올랐고 마스크 같은 방역물품이 부족하다 보니 '아껴 쓰라'고 주민들에게 독려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유행 당시 8개월간 국경을 닫았는데 현재 북한은 시장화가 많이 진행된 상황이어서 국경 폐쇄 기간이 길어질수록 주민 불만이 극에 달할 것으로 봅니다. 북미 비핵화 협상도 어그러졌으니 이래저래 김 위원장 리더십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돌아봐=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김여정 담화가 남북관계와 북미대화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사직로 피톤치드= 북미대화는 미국 대통령선거가 마무리 될 때까지 급격히 진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서도 미국 측은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정도로만 언급해 북미대화에도 별다른 영향을 줄 것 같지 않다는 분석도 있죠.

배불러=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북한의 이번 발사가 내부 결집용 메시지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코로나19 사태에 골머리를 앓고 있고 미국 내에선 대선이 주요 이슈인 상황에서 지금 미사일을 발사하는 건 아무런 주목을 못 끌기 때문이죠. 북한은 통상 대외 관계에서 극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때 무력 시위를 하곤 했는데 이번 발사 시기는 큰 주목을 못 받기 때문에 대외 메시지가 아니라고들 보는 거죠. 따라서 남북관계나 북미관계에는 별반 영향이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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