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의 리젠트 공원에서 23일 마스크를 쓴 남녀가 걸어가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영국에 유학 중인 청소년 1만5,000명을 데려오기 위해 전세기를 띄워야 하는지를 놓고 중국 내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편이 사실상 모두 끊긴 만큼 당연한 조치로 보인다. 반면 중국 부유층의 실상에 분개한 일부 국민들은 위화감을 부추긴다며 반대하고 있다.

영국 유학생 자녀를 둔 166개 가정의 중국 학부모들은 지난 16일 정부에 “전세기를 투입해 아이들을 귀국하게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20일부터 학교를 폐쇄한다는 영국 정부 방침에 맞춰 구입한 항공편이 모두 취소돼 발이 묶였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이 호소하는 과정에서 10~17세인 중국의 어린 학생 1만5,000명이 영국에 머물고 있다는 수치가 공개됐다.

그러자 여론이 들끓었다. 미성년 유학생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중국인의 정체성이 형성되지도 않은 아이들을 향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중국은 매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전 세계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것과 달리 영국은 10위 안에도 들지 못해 기초학력 수준이 중국보다 떨어진다며 “중국의 자존심을 짓밟는 것”이라는 성토가 터져 나왔다. 영주권을 노린 특권층의 조기유학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영국에서는 10년간 체류하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특히 고가의 ‘귀족유학’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중국 초등학생의 경우 영국에서 1년 학비만 30만위안(약 5,400만원)에 달한다. 게다가 18세 이하 유학생은 반드시 영국인을 보호자로 등록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인건비로 연간 최대 4,000파운드(약 580만원)를 추가로 내야 한다. 중국에서 임금수준이 가장 높은 상하이시의 근로자 월급이 지난해 말 평균 9,663위안(약 164만원)인 점에 비춰보면 감당하기 쉽지 않은 액수다.

감염 위협도 불거졌다. 해외 유입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연일 수십 명 발생하는 상황에서 영국 유학생들이 대거 입국해 중국 각지로 퍼질 경우 방역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어린 학생들을 이송하고 격리해 보호 관찰하는데 어른보다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만큼 보건 당국의 피로가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중국의 미래인 청소년들을 방치하는 건 온당치 못하다며 정부가 적극 나서라고 촉구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애태우는 부모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번 논란이 중국인의 애국심을 고취하는 기회로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중국의 방역체계가 안정적이어서 학생들이 대거 입국해도 국내 영향은 별로 없고, 개별 귀국보다 전세기를 이용해야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관영 환구시보는 25일 사설에서 “누군가 귀국을 원한다면 국가는 도움을 줘야 한다”며 전세기 투입을 촉구했다. 류샤오밍(劉曉明) 주영중국대사는 “학생들이 안전하게 거주할 임시 거주시설을 마련하는 한편, 귀국을 돕기 위한 특별 항공편 투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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