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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분권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다. 재정분권 공약은 국세-지방세 비율을 7:3을 거쳐 장기적으로 6:4 수준까지 개선한다는 것이었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이루겠다는 정부 의지는 지방소비세의 확대, 지방이양일괄법의 제정으로 일부 반영되었으나 그 결과는 아직 미흡하다.

광역세인 지방소비세의 인상으로 각 지방정부에는 상당한 추가 재원이 배분되었다. 작년 4%p 인상으로 총 2.9조원의 순확충, 올해 6%p 인상과 기능 이양 병행으로 약 0.8조원의 순증이 이루어지게 설계되었다. 그런데 지방소비세율의 인상으로 각 지방정부들의 세입이 확충되었음에도 지방세 비율은 ‘2018년 22.5%에서 2019년 21.7%’로 오히려 국세 대비 지방세의 비중이 줄어들었다.

재정분권이란 단순히 지방세 비중의 양적 확대가 아니라 재정 운영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것이다. 지방정부가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책임지고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돈이 부족하다. 가령 광역시 사회복지예산 비중은 약 35%이지만 그중 90% 이상은 산하 기초단체에 이전된다. 국고보조금인 기초생활보장급여, 기초연금 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정책들은 국민최저수준을 보장해야 하는 중앙정부의 책임이며, 현금 급여이므로 중앙정부가 직접 급여대상자에게 지급하면 된다. 이것은 재정분권 개혁으로 기능과 재정의 배분이 상응하는 정부 간 재정관계로 재정립해야 함을 의미한다. 스웨덴의 1980년대 지방분권 개혁 당시 중앙-광역-기초 정부 간 기능 배분을 명확히 하고 그에 상응한 조세 배분을 추진한 점을 참고할 만하다.

지방분권의 핵심인 재정분권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촛불시민혁명에서 주장한 민주공화국을 강화한다. 재정분권은 모두를 위한 나라로서 중앙과 지방,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상생을 도모하는 물질적 배경이 된다. 둘째, 재정운영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여 재정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지역주민이 재정 운영의 주체가 되는 납세자 주권을 확립한다. 이것은 중앙집중구조와 지방의 중앙에의 종속성을 타파하는 것이다. 셋째, 둘레길, 공공자전거, 주민편의시설 등 주민 친화성이 높은 지방정부가 지역 주민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넷째, 지역 특성을 살린 다양한 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 월 50만원의 구직 비용을 최대 6개월간 지원하는 서울시의 청년수당이 대표적이다. 다섯째, 지방세 확충이 가져올 지역 간 재정 불균형은 수평적 재정조정제도인 지역상생발전기금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서울시가 맏형을 자임하고자 한다는 면에서 상생협력의 본보기를 볼 수 있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지방이양일괄법, 자치경찰제, 기초자치단체의 재원 마련,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등은 새로운 정부 간 재정관계의 정립을 요구하고 있다. 독일은 2017년 주정부 간 수평적 재정 조정을 폐지하고 수직적 재정 조정을 강화한 10년 한시적인 일몰제 개혁을 단행하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번 개혁은 새로운 개혁을 위한 시작이다.”

윤영진 계명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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