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를 사칭한 불법대출 문자. 금융소비자연맹 제공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곤경에 빠진 자영업자 A(40)씨는 최근 국내 한 대형 금융그룹을 사칭한 대출안내 문자를 받았다. ‘함께 이겨내요! 코로나19’라는 제목 아래 “최대 2억3,000만원까지 2.8% 고정금리로 대출해 준다”는 내용이었다. 대출 조건에 혹한 A씨가 연락하자 사기범들은 시중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보내며 설치와 신분증 촬영을 요구했다. A씨가 응하자 이들은 “5,200만원 대출이 가승인 됐고, 대신 기존 (A씨의) 저축은행 대출을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A씨 손에 실제 돈이 들어오진 않았지만 그는 이튿날부터 ‘저축은행 채권팀’으로부터 강압적인 상환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조사 결과, A씨와 연락했던 금융사, 저축은행 관계자는 모두 대출 사기 일당이었다.

◇마스크 스미싱 이어 코로나 대출사기 횡행

코로나19로 생사 기로에 선 자영업자 등을 위해 정부와 금융권이 대규모 저금리 대출 지원 방안을 발표하자, 이를 사칭한 대출 사기도 덩달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코로나 사태 초반에는 시민들의 불안감을 틈타 ‘확진자 동선 확인’이나 ‘마스크 대량 판매’ 관련 스미싱(문자메시지 사기)이 횡행했는데, 경기 위축이 심해지면서 대출 사기마저 늘고 있는 것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전국 각지에서 자영업자, 회사원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방식의 금융범죄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부산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모(45)씨는 이미 코로나19로 주거래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는데, 또 다른 은행 직원을 사칭한 B씨가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겠다”며 기존 대출을 정리하도록 대출금을 송금할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김씨가 사기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돈이 인출된 후였다.

정책자금을 취급하는 공공기관을 사칭해 고금리 대출을 알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소비자의 눈을 속이기 위해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의 ‘햇살론’이나 국민행복기금과 유사한 명칭과 로고를 사용하거나, 정부기관 마크를 비슷하게 꾸며내 급전이 필요한 이들을 현혹하는 식이다. 이들은 ‘저금리 금융지원’ ‘직장인 대상 정부지원 대출 모바일 신청’ 등의 문구를 넣은 광고를 문자메시지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배포한다.

서민금융을 사칭한 불법 페이스북 광고. 금융감독원 제공

근로복지기금과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섞은 ‘근로자통합지원센터’ 등 존재하지 않는 기관명으로 정부 지원을 한다는 온라인 광고 사례도 있다. 소비자가 이를 클릭하면 가짜 기사로 연결해 신뢰감을 조성한 뒤 불법 대출을 유도한다. 실제 온라인상에는 “신용등급이 좋지 않은데 ‘근로자통합지원센터’에서 3~4%대 대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믿어도 되겠느냐”는 고민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4일까지 금감원 불법 사금융 신고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2만9,227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3.6% 늘어난 상태다.

◇“공공기관은 휴대폰 문자로 대출광고 안 해”

전문가들은 불가피하게 앱을 설치했다면 즉시 삭제하고, 개인정보가 유출된 경우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경찰청이나 금감원 등에 신고할 것을 조언한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최근 코로나19에 편승해 불특정 다수에게 정부지원 대출 안내를 보내고 회신한 사람들의 돈을 빼앗는 사기가 기승을 부린다”며 “출처가 불명확한 문자는 삭제하고 절대 앱 설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피해가 이어지자 금감원도 소비자경보(주의보)를 발령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휴대폰 앱이나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금융상품 대출이나 광고를 하지 않는다”며 “제도권 은행 명칭 등으로 문자를 보내 개인정보를 요구하거나 앱 설치를 유도하면 불법업체의 대출사기이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불법 대출광고. 금융감독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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