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태 서울시농업기술센터 소장 
조상태 서울시농업기술센터소장이 서울 서초구 내곡동 농업기술센터 내 시민생활농업교육장에서 치유농업에 활용되는 딸기를 만지고 있다. 조 센터장 제공

사람들은 지쳐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두 달 넘게 이어지면서, 또 이 바이러스와의 싸움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더 힘들다. 고립감이 쉽게 증폭될 수 있는 이들의 집에 반려식물을 넣어주고 있는 마포구 등 서울의 자치구, 여느 봄과 달리 특별한 우울감을 느끼고 있을 시민들의 위해 더 많은 꽃을 길에 심고 있는 경북 포항시의 행정…. 모두 지친 이들에게 스스로 더 버틸 힘을 주기 위한 것이다. 이른바 ‘원예치료’에 근거를 두고 있다.

높은 치유력에도 불구하고 크게 주목받지 못하다, 최근 신종 코로나 사태로 다시금 각광받고 있는 치유농업의 저변 확대를 위해 일찌감치 팔을 걷어붙인 곳이 있다. 서울 내곡동에 자리잡은 서울시농업기술센터가 바로 그곳.

조상태 서울시농업기술센터소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작년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치유농업을 적용해 큰 효과를 거뒀다”며 “신종 코로나로 고통 받는 시민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치유농업은 농업, 농촌자원 또는 이와 관련한 활동 및 산출물을 활용한 것으로 국민의 심리적, 사회적, 신체적 건강을 도모하는 사업이다. 특히 최근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또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로 각 지자체들이 앞다퉈 도입함에 따라 치유농업과 이와 관련된 인력 개발에 가속이 붙을지 주목된다.

인구 천만의 서울시 치유농업 농장은 작년 3월 서초구 내곡동에 5,300㎡ 규모로 처음 조성됐다. 지난해 독거노인, 학교 밖 청소년, 장애인 등 318명이 참가해 허브, 딸기 등의 작물을 재배했다. 많은 이들이 이곳 작물을 이용한 요리 프로그램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되찾았다. 조 소장은 “중학생 정도 된 정신지체 장애인이 딸기 57개를 먹었다며, 어눌한 말이었지만 계속 자랑하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농업이 이끌어낸 변화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고 전했다.

실제 농촌진흥청 자료(2018년)에 따르면 농업 활동에 참여할 경우 공격성이 13% 감소하고, 정서 함양은 4% 느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 센터장은 “미미하다면 미미하다고 할 수 있으니 사람의 마음은 작은 것 하나에서 자극 받고, 그 자극이 사람을 바뀌게 하고, 그 사람이 주변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며 “올해에는 생애주기별 치유농업 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각 연령대에 맞춰 진행되는 치유 프로그램 개발 계획을 세운 이유는 단 하나. 우리 국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이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학교 성적으로 압박받고 또 폭력으로부터 편하게 기댈 쉼터가 없어요. 청장년층은 어떻습니까? 취업과 경제활동 스트레스, 자녀 양육 등등 손으로 꼽기도 힘들죠. 은퇴해서 편안하게 사시는 노년층요? 몸과 마음에 숱한 병이 있겠지만 외로움 하나만 해도 견디기 힘든 분들입니다.”

그는 우선 학교에 치유농업을 보급할 계획이다. “성적 지상주의에 내몰린 학생들을 위해서는 300개 학교에 텃밭을 만들 겁니다.” 이 외에도 직업, 성별, 나이에 맞춤 적용할 수 있는 치유농업모델 개발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농업의 비중은 더 이상 줄기 힘들 정도로 줄었고, 서울에 농업기술센터의 존재도 모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겁니다.” 그의 전망이자 바람이다.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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