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연루 이규진 전 양형위원 증언
민주당, 1월 영입인재 발표 땐 “상고법원 반대 판사”
이수진 측 “선배 법관 자리 비운 사이 반대 입장 밝혀”
이수진 전 부장판사. 연합뉴스.

이수진(51) 전 부장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국회의원에게 상고법원 입법을 설득하는 과정에 동참했다는 전직 고위 법관의 증언이 나왔다. 4ㆍ15 총선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는 이 전 부장판사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상고법원 추진에 반대하는 등 사법개혁에 힘써왔다고 알려진 것과는 다소 배치된다. 당시 대법원의 상고법원(별도 3심 법원) 추진은 초유의 사법농단 사건이 터지게 된 주된 배경이다.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사법농단’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전 위원은 옛 통합진보당 관련 재판에 개입하고 헌법재판소 파견법관을 통해 내부 기밀을 불법 수집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사법농단 사건 연루 피고인이기도 하다.

검찰은 법정에서 이 전 위원의 일정표를 다수 공개하면서 2015년 4월 2일자 일정에 관해 물었다. 그날 낮 12시에는 이 전 위원이 서울 여의도 한 일식집에서 서기호 당시 정의당 의원을 만나는 일정이 적혔다.

다음은 검사와 이 전 위원의 문답.

검사=4월 2일자 일정표다. 서기호 의원과 일식집에서 이수진 (당시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함께 만난 사실이 있나.

이 전 위원=서기호ㆍ서영교 의원을 접촉하라는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의) 말씀이 있으셨던 것 같다. (두 의원은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이었다.)

검사=당시 서기호 의원을 만나는데 이수진 연구관과 함께 만난 사실이 있죠?

이 전 위원=네

검사=함께 나간 이유가 있나

이 전 위원=제가 이수진 연구관에게 ‘서기호를 잘 알고 있지 않느냐’고 물으니 ‘잘 안다’고 해서 상고법원 관련해서 도움이 필요한데 다리를 좀 놔달라고 부탁했다.

검사=증인은 그 자리에서 상고법원 안이 필요하다고 설득한 게 맞나.

이 전 위원=맞다.

이 전 위원이 서기호 의원과의 식사 뒤 작성한 ‘서기호 의원 대담’이란 문건도 이날 법정에서 공개됐다. 문건에 따르면, 당일 식사는 2시간 정도 이어졌다. 이 전 위원은 이 문건을 이수진 전 부장판사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검사=이수진 연구관에게 이메일을 보낸 이유가 당일 만나서 나눈 대화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 보낸 게 맞나.

이 전 위원=맞다.

이 전 위원은 이날 법정에서 서 의원과의 면담 내용을 당시 박병대 처장이 주재하는 행정처 실장회의에서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앞서 민주당은 올 1월 27일 영입 인재 환영식에서 이수진 전 부장판사에 대해 “양승태 대법원이 추진했던 상고법원에 반대하고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를 비판하는 등 법원 내 사법개혁에 앞장서 온 소신파 판사였다”고 소개한 바 있다.

이수진 전 부장판사 측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초기 활동을 같이 한 선배(이규진 전 위원)가 만남을 조율해 달라는 것까지 거절할 수 없어 서기호 전 의원에게 면담 신청 목적을 알렸다”면서 “상고법원 도입 얘기는 이 전 위원과 서 전 의원 사이에서만 오갔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위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서 전 의원에게 ‘나는 상고법원에 반대하지만 선후배 관계상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마련해야 했다. 양해 바란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반박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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