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강남서 유학생 확진자 6명 무더기 발생 … 새로운 감염집단 급부상

알림

강남서 유학생 확진자 6명 무더기 발생 … 새로운 감염집단 급부상

입력
2020.03.28 19:50
수정
2020.03.28 19:54
0 0

 해외 입국 확진자 > 구로 콜센터 확진자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28일 서울 강남구청에서 코로나19 긴급 브리핑을 열고 미국·유럽 유학생 추가확진자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28일 서울 강남구청에서 코로나19 긴급 브리핑을 열고 미국·유럽 유학생 추가확진자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에서 해외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28일 하루에만 6명이 무더기 발생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는 유럽과 북미 지역 학교들이 일제히 휴교에 들어갔고, 이 지역에 유학중인 한국인들의 ‘피난귀국’이 본격화 하고 있는 만큼 유학생이 새로운 감염집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유럽과 북미 지역에 있는 한국인 유학생은 11만명 수준이다.

28일 서울 강남구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유학생 3명 등 모두 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이날 긴급 브리핑을 갖고 “이들을 포함 3월 들어 발생한 유학생 확진자 가 11명에 이른다”며 “그 외 입국자 등 모두 17명이 해외에서 들어온 확진자”라고 말했다.

서울시 전체를 놓고 보면 27일 0시 기준, 전날보다 19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이중 14명이 해외서 귀국한 한 확진 받은 예다. 이로써 해외 접촉 관련 확진자 수는 98명으로, 유학생 중심의 해외 입국자들이 수도권 최대 감염집단으로 부상했다. 구로콜센터 관련 확진자는 96명이다.

 ◇급증하는 유학생 확진자 

미국 뉴욕에서 유학 중인 A(24ㆍ여)씨는 학교 휴교로 지난 25일 오후 4시 20분 뉴욕발 대한항공 KE082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 외부 출입을 하지 않고 도곡동 집에서만 지냈다. A씨는 특이한 증세가 없는데도 유학생이라 걱정돼 27일 낮 강남구보건소에서 검체검사를 받았고, 이날 이 양성 판정을 통보 받았다.

영국 런던의 한 대학에서 유학 중인 B(19ㆍ남)씨는 학교 휴교령으로 27일 오전 7시 런던 히드로공항발 아시아나항공 OZ5223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후 특별한 증상은 없었지만 곧장 강남구보건소를 찾아 검체검사를 받은 결과 28일 양성판정을 받았다.

이 이에도 미국 중부 캔자스주 소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C(16)군, 유학생 자녀와 함께 런던에서 입국한 D(43ㆍ여)씨, 개인 사업차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D(56ㆍ남)씨 등 모두 6명의 해외 입국 및 관련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27일 오전 강남구보건소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주민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27일 오전 강남구보건소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주민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구 관계자는 “해외입국자 5명에 대해 인천공항검역소에 비행편 등을 통보하고 이들 확진자들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했다”며 “아파트와 동선에 대해 방역소독과 함께 접촉자에 대한 자가격리를 시켰다”고 말했다.

 ◇대표적 부촌들, 때 아닌 ‘유학생 포비아’ 

강남구에 유학생 등 해외 입국 확진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은 대표적인 부촌으로, 해외에 유학생을 보내놓고 있거나 해외 사업을 하는 주민들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게 배경으로 분석된다. 대치동에 사는 정모(24)씨는 “미국에서 최근 휴교령이 떨어지면서 살던 집을 단기임대로 내놓고 귀국하는 유학생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들의 귀국이 늘면서 유학생들이 많은 서울 강남 일대 주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 지침이 의무가 아닌 권고 수준에 머물고 있는 탓이다. 송파구 잠실동 주민 송모(36)씨는 “자가격리 지침을 어겼는데 나중에 확진 판정이 나온 유학생이 바로 옆 동네에 있었다”며 “모국으로 들어오는 것까지 막을 수 없지만, 온 국민이 전시수준으로 총력전을 펼쳐 만든 ‘코로나 청정국’을 휘젓고 다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활보 유학생 감싼 ‘구청장’ 

본가로 들어오는 일부 유학생과 그 가족들이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고 활보하면서 구민 뿐만 아니라 이들이 방문한 지역의 주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장이 이들의 옹호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에서 귀국 후 지난주 제주도 여행 중에 감염 증세가 발현한 모녀 사건과 관련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27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들 모녀에 대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고 또 제주도에 손배소 제기 방침이 알려지면서 현재 치료에 전념해야 될 이들 모녀가 사실상 정신적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고 밝혀 원성을 사고 있다.

27일 오전 강남구보건소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주민이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기다리며 문진표를 작성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27일 오전 강남구보건소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주민이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기다리며 문진표를 작성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앞서 미국 유학생 E씨는 지난 15일 입국해 5일 후인 20일 어머니와 함께 제주 여행을 떠났다. 정 구청장에 설명에 의하면 강남구에서 재난문자로 자가격리를 당부하기 전 E씨의 입국과 E씨 모녀의 제주여행 일정이 있었다. 이 모녀 제주 여행 사실이 알려지자 제주도는 자가격리를 하지 않고 제주를 여행, 피해를 줬다며 이들 모녀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강남구청 페이스북 게시물에는 수백개의 댓글이 달려 정 구청장을 비판했다. 한 네티즌은 “지난 20일이면 미 보스턴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고 있었다”면서 미국 유학생들의 귀국은 예상되는 것이므로 그에 따른 강남구의 대처가 늦은 게 아니냐고 말했다.

 ◇‘모녀 비판 심하다’ VS. ‘철없는 행동’ 누가 책임지나 

또 다음카페의 ‘제주맘- 제주어멍 제주도부모카페’에는 강남구에 대한 강한 항의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미국 유학생 모녀를 처벌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에 동의하자는 글과 심지어는 정 구청장의 파면 청원의 글도 있다.

이 같은 의견에 대한 반대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나, 모녀의 제주 여행으로 많은 인원이 자가 격리되고 대형 숙박업소 및 음식점 등 자영업자들이 받은 타격을 들어, 철없는 행동으로 큰 피해가 반복될 수 있다면 그 피해는 누가 감당해야 하느냐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정 구청장은 27일 ‘제주여행 이후 확진판정 받은 강남구민에 대한 구청장 입장’을 통해 “강남구에서 최초로 미국 유학생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23일부터였다. 강남구에서는 24일부터 재난문자를 통해 14일간 자가격리해 달라고 당부했다”면서 이런 과정을 보면 이들 모녀는 당시 자가격리에 대해 사실상 충분한 이해나 경각심을 갖고 있지 않지 않았나 하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이하 정순균 강남구청장 발표문 전문>

참고로 최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기 직전 제주도를 여행해, 제주도청으로부터 손해배상 대상으로 거론되고,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처벌대상으로까지 비난 받고 있는 강남구 거주 미국유학생 모녀에 대한 추가 역학조사 결과를 설명 드리겠습니다.

제주도청은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유학생 딸이 제주도 입도 첫날 20일 저녁부터 오한과 근육통 및 인후통을 느꼈고, 23일 오전에는 숙소 인근 병원을 방문할 정도로 유증상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고의가 있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먼저 여행 동기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유학생 딸은 지난해 9월 보스턴 소재 대학교에 입학했는데, 입학 후 강도 높은 수업스케줄 등 학교생활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서, 기분전환을 위해 이들 모녀는 당초 21일부터 하와이 여행을 계획했으나, 코로나19 유행으로 하와이행 항공편이 취소되자, 지난 20일부터 제주도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유학생 딸은 여행 출발 당시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지정된 자가격리 대상자도 아니었고, 특별한 증상이 없어 제주도 여행길에 나섰는데, 출발 당일 저녁 아주 미약한 인후통 증상만 나타나 여행활동에 전혀 지장이 없었고, 자신 또한 코로나 감염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제주시에 숙소를 정하고 이틀 동안 별 탈 없이 제주여행을 한 모녀는 22일 오후 표선에 있는 리조트로 숙소를 옮겼는데, 23일 오전 숙소 옆 병원에 간 것은 유학생 딸 때문이 아니라, 동행한 어머니가 전날 밤 위경련 증세가 있어 잠을 거의 못자, 이를 치료하기 위한 것으로 유학생 딸은 어머니를 따라가 전날부터 발생한 코막힘 증세를 치료했는데, 딸은 평소 알레르기 비염을 기저질환으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역학조사 결과 유학생 딸에게 코로나19의 특유증상인 미각과 후각에 이상증세가 나타난 것은 여행 마지막 날인 24일부터이며, 이 때문에 이날 오후 5시 서울 상경 직후 오후 7시25분 강남구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검사를 받고 양성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 질의응답

질문 : 제주도에서 업주들이 고소한다는 유학생 가족의 입장이 파악된 게 있는가. 또 미국발 입국자들이 자가격리 앱을 설치해도 오작동이 있는데, 구청 직원들이 관내 입국자들을 전담할 계획이 있는지 답변해 달라.

답변 : 모녀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고, 제주도 손배소 제기 방침이 알려지면서 치료에 전념해야 할 모녀가 사실상 정신적 패닉상태에 빠져있다. 물론 제주도의 고충이라든지, 제주도민께서 입은 피해에 대해선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지만, 이들 모녀도 코로나19 발생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다. 모녀가 스스로 자가격리에 들어갔으면 바람직하지 않았나하는 아쉬움, 협조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현재 비난과 제주도 손배소 제기 등은 모녀가 겪은 상황이나 제주도에서의 상황에 대한 오해나 이해 부족에 따른 것 아니냐하는 아쉬움이 있다.

실제로 유럽 입국자에 대한 특별입국절차가 진행된 게 22일부터였고, 강남구에 최초로 미국 유학생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23일부터였다. 강남구에서는 24일부터 재난문자를 통해서 관내 미국유학생들에게 스스로 14일 동안 자가격리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런 과정을 보면 이들 모녀는 15일 입국해서, 20일부터 제주 여행길에 올랐기 때문에, 그때 당시 자가격리에 대해 사실상 충분한 이해나 경각심을 갖고 있지 않지 않았나하는 판단이다. 미국 유학생 확진자를 역학조사 해보면 실제로 많은 젊은 유학생들이 코로나19 전염병에 대해서 크게 경각심이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못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아마 이들 모녀도 코로나19에 대한 위험성이나 심각성에 대해 경각심이 부족해서 이 같은 상황이 일어났을 것이라 생각한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 답변 드리겠다. 유럽 입국 자가격리자가 어제까지 강남만 해도 300여명이다. 오늘부터 미국 입국자에 대한 철저한 자가격리 방침을 실시하는데, 지금 미국 유학생이나 해외유학생들이 많은 지역이 강남구를 비롯해서 서초, 송파 등 강남3구로 생각된다. 상당수의 미국 유학생이 강남구에 들어올 것으로 생각한다. 추측하기로는 14일 동안 자가격리자가 가장 많을 때는 2000명에 이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2000명 규모에 맞도록 내부직원을 1000명 가까이 자가격리 모니터링 요원으로 뽑아서 사전교육을 시키고 대비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