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한국인 노조원들이 지난 27일 미군의 무급휴직 통보에 반발해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시위를 시작하자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이들과 악수하고 있다.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노동자 4,000여명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볼모’가 돼 무급휴직이 현실화할 위기에 놓였다. 주한미군은 지난 25일부터 한국인 노동자 8,500명 가운데 절반가량에 “4월 1일부터 종료가 통지될 때까지 무급휴직에 처한다”고 통보했다. 이들에 대한 무급휴직은 주한미군 주둔 60여년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노동자들의 무급휴직을 불사하면서까지 방위비 인상을 압박하는 미국의 태도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최근까지의 협상에서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우선 부담할 테니 인건비 부분부터 먼저 타결하자고 제안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부담할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지난해의 5배가 넘는 50억달러(약 6조원)라는 미국 측의 무리한 요구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조치다. 하지만 미국 측은 ‘포괄적 타결’ 방침을 고수하며 이를 거부했다. 인건비부터 타결할 경우 한국을 압박할 카드가 사라지는 것을 꺼려서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국인 노동자들이 무급휴직을 하건 말건 방위비 증액만 얻어내면 그만이라는 태도는 한미동맹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다.

한국인 노동자 절반가량의 업무가 중지됨에 따라 주한미군의 전투준비 태세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앞서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잠정적 무급휴직은 군사작전과 준비 태세에 부정적인 영향 이상의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미 하원에서도 무급휴직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할 것을 국무ㆍ국방장관에게 촉구한 바 있다. 미국은 지금이라도 한미 양국에서 나오는 반발과 우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 정부로서도 마지막까지 미국과 협상을 이어 가며 무급휴직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한국 노동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당장 생계가 막막해질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 향후에도 주한미군 노동자들이 방위비 협상의 볼모가 되는 일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정부는 방위비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이번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불합리한 소파 조항 개정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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