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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파인더] “국산 진단키트 美 FDA 사전 승인” 외교부 보도자료는 과장?

입력
2020.03.30 15:16
수정
2020.03.30 18:3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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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정승인’ 받아 美 시장 진출 길 열린 것은 사실

FDA 홈페이지 미게재, 업체 미통보는 절차상 오해

국내 코로나19 진단키트 제작 업체들이 일찌감치 진단키트 대량 생산에 나서면서 해외에서 주문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뉴시스
국내 코로나19 진단키트 제작 업체들이 일찌감치 진단키트 대량 생산에 나서면서 해외에서 주문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뉴시스

“미국 현지시간 27일 국내 코로나19 진단키트 생산업체 3곳의 제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사용승인(EUA) 절차상 사전승인을 획득해 해당 국산 제품은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 가능하다.” 외교부가 28일 발표한 이 보도자료는 바로 다음날 ‘가짜뉴스’ 논란에 휩싸였다. ‘FDA에 사전승인 절차가 있느냐, FDA 허가 리스트에 국내 생산업체 이름이 없는데 수출이 가능한 게 맞느냐’와 같은 의문이 제기되면서다.

일각의 주장대로 외교부는 정부의 공적을 홍보하기 위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발표했던 것일까. 외교부는 30일 브리핑을 자처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 “미국으로부터 ‘사전 긴급사용승인(Pre-EUA)’ 번호가 부여됨으로써 ‘잠정 FDA 승인(interim FDA approval)’이 이뤄졌고, 미국 수출에 문제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긴급 상황인 만큼 긴 시간이 소요되는 FDA의 기존 승인 절차를 미국 측이 단축했고, 사실상 정식 승인 효력이 있는 ‘잠정승인’을 먼저 내줬다는 게 정부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해명에도 FDA 홈페이지에 게시된 EUA 명단에 국내 업체 이름이 없다는 지적은 이어졌다. 하지만 잠정승인은 엄밀히 말해 정식 승인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 홈페이지에 게시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외교부 당국자는 “30일 아침 미 백악관과 교신해 ‘조만간 조달 절차가 개시될 것’이라는 점을 확인받았다”며 “계약이 이뤄지면 바로 수출을 할 수 있는 상황은 맞다”고 설명했다.

FDA에 EUA를 신청한 국내 업체는 총 12곳인데 잠정승인을 받은 업체에도 이 사실이 전해지지 않아 현장에선 혼선이 빚어졌다. 외교부는 백악관 확인 절차 전이라 통보를 못했을 뿐 순차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체 3곳 외 다른 업체들도 향후 추가 승인이 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수출 과장 표현 논란과 관련, 외교부는 “기존에 이뤄진 수출은 한시적 규제 완화 때문이지 연방정부 차원의 수출 허가는 아니었다”는 논리를 댔다. 실제 FDA는 “코로나19 진단키트는 사전 허가나 EUA 없이 배포되거나 사용되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기존에 수출된 국내 진단키트도 상업용이 아닌 현지 실험실 표준인증(CLIA)을 받은 연구소 내에서 연구용으로 쓰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설명을 종합하면 ‘사전승인’이든 ‘잠정승인’이든 국내 생산된 진단키트의 미국 수출길이 열렸다는 외교부의 보도자료가 틀리지는 않은 셈이다. 그러나 외교부가 오해를 살 수 있는 표현을 담아, 성급하게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는 지적은 여전히 남아 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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