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달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서울시 관계자들이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뉴시스

‘관객간, 객석ㆍ무대간 거리 2m 유지’ 등을 골자로 하는 서울시 지침으로 공연계에 비상이 걸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인데, 중소극장으로선 사실상 공연을 말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30일 공연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26일 한국소극장협회 등에 공문을 보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차원에서 △공연장 소독 및 관람객 마스크 착용 독려 △입장 전 증상 유무 확인 △관람객 명단 작성 등의 조처를 권하고 있다.

문제는 2m 거리 유지 지침이다. 300석이 채 안되는 중소형 극장이 이 지침을 지키려면 10~20석 밖에 쓸 수 없다. 서울시는 지침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 그리고 확진자 발생시 구상금 청구까지 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뮤지컬 ‘빨래’,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는 27일 밤 남은 공연 취소를 결정했다.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도 30일 예정된 티켓 예매 오픈 일정을 미뤘다. 뮤지컬 ‘스웨그 에이지: 외쳐 조선!’도 31일부터 2주간 공연을 중단하기로 했다.

28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 공연장 앞에 코로나19 관련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문진표가 비치돼 있다. 김표향 기자

공연계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사전계도나 협의 없이 일방적 조치라는 주장이다. 한 뮤지컬 제작사 대표는 “일부 부득이한 공연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데, 마치 공연계가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낙인을 찍어버린 꼴이 됐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손해를 보더라도 파산만은 막기 위해 공연하는 소극장과 제작사들만 더 곤란해지게 됐다”고 말했다.

한 공연 프로듀서는 “정부나 지자체가 민간 공연에는 명확하게 ‘셧 다운’을 요청하지 않고 ‘권고’라는 형식을 취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모양새”라며 “공연계와의 대화를 통해서 명확한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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