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주택 고쳐 싸게 공급… 신혼-노인 혼합형도 추진 
 지자체와 손잡은 LH, 관리 넘어 창업과 자활 지원까지 
경기 용인시 죽전동 매입임대주택 조감도. 한국토지주택공사 제공

서울의 사는 20대 대학생 A씨는 올해부터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취업 준비에만 전념하고 있다. 지난해 학교 인근의 매입임대주택에 입주하면서 거주비 부담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원래 살던 원룸 주택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을 내야 했는데, 새로 이사한 곳은 보증금이 절반 정도고 월세는 약 15만원에 불과하다. A씨는 “학교 주변 임대료의 30% 수준이어서 입주를 희망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이런 주택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의 한 형태인 매입임대주택이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나 시민단체들과 협의를 통해 대학생이나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 지역의 수요를 미리 파악해 ‘맞춤형 공간’을 공급하는 식이다. 입주 후에는 입주자들의 특성에 맞는 복지서비스까지 제공한다.

매입임대주택이란 국가와 지자체의 재정 및 주택도시기금의 자금을 지원받아 기존주택을 매입해 개ㆍ보수한 공공임대주택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를 소득이 낮은 무주택 계층에게 시중 임대료 30% 수준으로 임대한다. LH가 지자체ㆍ사회적 경제주체 등을 운영기관으로 선정해 주택을 임대하면, 이들은 지역의 특성에 맞는 입주자를 선정해 주택을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입주자 선정에는 일자리와 육아ㆍ교육 등 국정과제와도 연계된다. 물량의 30% 범위 내에서 지자체와 협업을 통해 기존의 입주자 모집 방식과 별도로 입주자를 모집할 수도 있다. LH가 현재 운영 중인 매입임대주택은 전체 가구의 80%에 달하는 11만 가구다.

LH가 지역 맞춤형 매입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침을 세운 것은 지난해 4월부터다. 우선 민간 매입약정을 적극 활용해 특화설계가 반영된 주택 매입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민간 매입약정이란 주택을 건축하기 전에 매입임대 목적으로 준공 후 매수할 것을 사전에 약정하는 방식이다. 건설사는 미분양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임대사업자는 입주자 맞춤형 공간구조 등 필요시설을 설계 단계부터 반영할 수 있어 ‘윈윈(win-win)’이 가능한 구조다.

[저작권 한국일보] 민간 매입약정 임대주택. 그래픽=김문중 기자

작년에는 3개 지역에 민간 매입약정을 체결했다. 서울 중랑구에는 서울시립대 등 인근 대학과 10분 거리에 대학연계 캠퍼스 타운형 주택을 세웠다. LH가 대학이 함께 입주자 운영 및 관리를 협업할 계획이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는 분당선 오리역에서 500m 이내 위치한 역세권에 사회초년생과 대학생을 위한 역세권 청년 일자리 창출형 주택이 들어선다. 수원시 팔달구에는 청년과 신혼부부, 고령자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입주자 복합커뮤니티를 설치해 세대 혼합형 주택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입주 후에도 주민 서비스가 제공된다. 기존의 임대료 수납이나 시설관리 등 단순 주택관리를 넘어, 입주민 자활이나 일자리 프로그램 등 입주민 주거복지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LH는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등과 협의해 문화예술과 지식공유, 청년창업 등 특화된 서비스 제공을 제공할 수 있도록 법 개정에 노력할 예정이다.

실제로 지역 맞춤형 매입임대주택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LH는 지난해 12월 19건의 수요맞춤형 주택을 선정해 매입약정을 공고 중이다. 상명대와 협력해 서울 은평구 녹번로에 있는 빈 점포에 창업점포를 운영해 청년상인을 육성하는 창업지원주택이 대표적이다. 서울대와 중앙대 등 대학이 밀집한 관악구에서는 지식공유주택 및 캠퍼스타운 사업이 적극 추진 중이다. 이 밖에도 지자체가 응모한 사회서비스에는 문화예술, 지식공유, 근로자지원 등이 있다.

LH 관계자는 “지역 맞춤형 매입임대주택은 입주민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주거의 질 개선, 지역 공동체 활성화 등 복합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LH와 지자체 간 대표적인 협력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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