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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강아지도 코로나에 감염이 돼요?” 7세 반려견 복남이 보호자는 걱정된 표정으로 물었다. 요즘 종종 듣는 질문이다. 가끔은 개가 코로나에 감염되면 사람에게 옮기기도 하는지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복남이 보호자는 ‘내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 우리 개는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든다고 했다. 나의 지인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서 키우던 반려동물을 잠시 맡아달라고 부탁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혹시나’ 하는 불안함에 선뜻 승낙하기 어려울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 건 홍콩에서 발표된 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판정 이후다. 홍콩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60대 여성의 반려견이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고 발표된 기사가 났다. 한 달 정도 지난 뒤, 그 개가 사망했다는 기사가 다시 났다. 기사에 실린 ‘코로나 양성판정 강아지 사망’이라는 문구는 사람들을 걱정시키기 충분했다.

홍콩에서 양성판정으로 격리된 반려견의 나이는 17세다. 양성이었지만 코로나 19와 관련된 임상증상이 전혀 없었다. 격리해제 돼서 집에 돌아온 지 4일만에 사망했다. 사망의 원인이 코로나19 때문일 확률은 지극히 낮다. 한 달여를 격리 조치된 채 반복적인 검사를 받는 과정은 노령 견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일이다. 동물병원에 오는 15세 이상의 노령 동물이 한 시간 정도의 검사만으로도 며칠을 끙끙 앓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구나 자신의 가족인 보호자의 면회도 없이 심신이 쇠약해진 상태는 충분히 죽음에 이르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반려견의 부검을 원치 않았던 홍콩 보호자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되었다. 더 이상 애꿎게 괴롭히고 싶지 않았으리라.

사실, 생각해보면 코로나19뿐 아니라 여러 유행성 질환이 대두될 때마다 반려동물은 늘 거론되었다. 반려동물에서 항체나 항원이 발견되었다는 식의 얘기는 항상 있었다. 살인 진드기의 공포를 불러왔던 중증 열성혈소판 감소증(SFTS)의 경우에도 한 연구에서 길고양이에게 항원이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났었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서 수백 마리의 길고양이를 대상으로 다시 연구했는데, 한 마리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기사로 한동안 동네에 사는 길고양이들이 애꿎은 누명을 썼었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말이 있다. 막연한 불안은 전염병보다 더 무섭다. 코로나 양성인 사람들이 기르는 개에게서 상당수의 양성판정이 나오고, 또 지속적으로 양성판정이 나온다면 그때 불안해도 괜찮다. 한 두 마리의 양성판정으로 사람에서 동물로의 감염을 확신하기에는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다. 가능성이 1%라도 있다고 해서 그 실험에 신빙성을 부여할 수는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막연한 불안감보다는 현재를 받아들이는 차분함이 아닐까.

심정적으로는 반려동물의 감염이 가능성이 전혀 없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바이러스 특성상 100% 확언은 어렵다. 하지만, 감염 가능성이 지극히 낮은 것은 분명하다. 특히 개에서 다른 동물이나 사람으로 옮아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2003년 발병했던 사스도 코로나 19와 비슷한 성향이지만 개, 고양이에서 사람으로 감염된 사례는 없었다.

감염이 되었다고 해도 감염력을 가지는 것은 다른 문제다. 감염력을 가지려면 바이러스가 증폭되서 다른 동물이나 사람에게 감염시킬 만큼 배출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임상증상을 보이지 않는 개의 경우에는 비말이나 타액으로 감염시키기엔 부족하다.

그래도 걱정이 된다면 기본적인 위생만 지키자. 산책 후에는 물수건으로 몸을 가볍게 닦고 빗질을 해주면 도움이 된다. 그리고 당분간만 개들끼리 사회적 거리를 두는건 어떨까. 반려견을 산책시킬 때 모르는 개를 마주하면 가볍게 인사하고 지나치자. 다른 사람이 접근해서 만지려고 하면 못하게 하자. 애견카페나 애견놀이터에 가서 여러 개와 어울려 뛰어 노는 것을 당분간만 자제하자.

며칠 전 코로나 19의 중간숙주로 천산갑이 지목되었다. 박쥐와 천산갑, 결국 사람이 야생동물의 영역을 침범해 바이러스를 불러온 것이다. 반려동물은 사람 때문에 진화한 변종 바이러스와 붙어 있게 된 셈이다. 우리의 책임이다. 얘들아 미안해.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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