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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은행권에서 은행장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은 직원들이 대거 등장했다. 은행들이 온라인화 바람 등에 대비해 몸집을 줄이는 과정에서 퇴직 직원에게 거액의 명예퇴직금을 안겨줬기 때문인데, 월등히 높은 은행권 퇴직금을 바라보는 다른 업종의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

31일 각 은행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은행장보다 보수 총액이 많은 ‘십억대 연봉 명퇴자’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은행장에서 지주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함영주 부회장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사람은 관리자급 직원 A씨다. 그가 지난해 연봉은 12억1,200만원으로 지성규 은행장(5억5,000만원)의 2배를 넘었다. A씨의 급여는 1억7,500만원, 상여금은 5,600만원이었지만 특별퇴직금을 포함한 퇴직금 규모가 9억7,200만원으로 산정된 덕분이다. 다른 3명의 관리자급 퇴직자 역시 지난해 11억원대 보수를 챙겼는데, 이 역시 퇴직금이 9억원을 넘어 가능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그래픽=박구원 기자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다수 퇴직자가 행장 연봉을 뛰어넘었다. 신한은행의 연봉 상위 5위는 모두 퇴직한 지점장급 직원이었다. 전원 8억원대를 받으면서 진옥동 은행장(6억3,000만원) 연봉을 뛰어넘었는데, 이들이 받은 보수의 90% 가량은 퇴직금이었다. 우리은행에서도 지난해 말 희망퇴직을 신청한 부장급 직원들이 연봉 상위 다섯손가락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7억~8억원대 퇴직소득을 포함해 8억원 안팎의 보수를 받아 지난해까지 우리은행장을 겸임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연봉(7억6,200만원)을 넘어섰다.

이는 모두 기형적으로 높은 은행권 퇴직금 덕분이다. 통상 기본 퇴직금은 퇴직 전 평균임금과 근속기간에 따라 산정되는데, 은행원 평균 연봉은 통상 8,000만~1억원 사이로 일반 근로자 평균(3,647만원ㆍ국세청 2018년 기준)을 배 이상 뛰어 넘는다. 기본 퇴직금에 더해 은행들은 20~40개월치 월급에 해당하는 ‘특별퇴직금’까지 얹어준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비대면거래 추세로 인력을 줄이기 위해 거액의 ‘당근’을 제시하며 명퇴를 유도하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 연봉왕은 대부분 명퇴자여서, 실적과 연동된 거액의 성과급을 받는 증권사 등의 고액 연봉자와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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