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편집국에서] 코로나 국난에 지방자치 전성시대

입력
2020.04.01 04:30
수정
2020.04.25 17:38
26면
0 0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3월2일 오후 경기 가평군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평화의 궁전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 종교집단의 이만희 총회장에 대한 검체를 과천시보건소에서 확보, 신종코로나 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가평=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3월2일 오후 경기 가평군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평화의 궁전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 종교집단의 이만희 총회장에 대한 검체를 과천시보건소에서 확보, 신종코로나 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가평=뉴스1

참담한 일이다. 국내 사망자가 165명을 넘어섰는데 국제적으로는 방역 모델국가로 찬사를 받고 있다. 뒤죽박죽이다. 신종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세상이 변했고 확진자 수로 국가간 우열이 뒤바뀌고 있다. 더욱 이목을 끄는 것은 총선이 코앞인데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전성시대다. 코로나 재난 상황이 보기 드문 풍경을 만들어낸 것이다.

눈길을 사로잡은 건 이재명 경기지사다. 그는 감염병을 전국단위로 확산시킨 신천지 집단에 강제조사를 밀어붙였다.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 경기도내 교회 137곳에 밀접이용제한 행정명령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발동했다. 신천지 총회장 이만희의 별장에 체포하러 간다며 언론중계방송을 유도하더니 결국 검사를 받게 했다.

과감한 초강수 액션들은 ‘난세에 필요한 리더십’의 전형으로 그를 다시 주목하게 만들었다. 특히 초기대응 실패란 이유로 정부가 코너에 몰렸을 때 신천지 집단으로 분노를 돌리는데 공이 컸다는 점에서 여권내 입지가 크게 강화됐다는 정치공학적 평가도 나왔다.

긍정적인 대목은 자치단체장이 하기에 따라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점을 그를 통해 사람들이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부활된 이래, 중앙정부의 단순하위기관이 아닌 별개의 강한 행정력을 가졌음을 많은 국민이 사실상 처음 느끼게 됐다. 이런 모습을 경험한 적이 없으니 일부에서 ‘자기정치에 몰입한다’는 일차원적 반응이 나온 것도 무리는 아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활약상은 상대적으로 가려진 인상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심야 기자회견까지 하며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고 호소한 전례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모든 경기도민에게 재난기본소득 10만원을 주기로 한 이 지사와 달리 현실적인 ‘선별적 지원’쪽을 택했다.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재난긴급생활비를 최대 50만원 지원키로 했다. 서울시민 3명 중 1명꼴인 300만명이 혜택을 보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시민없는 건전재정이 무슨 소용이냐”(3월18일 브리핑)며 자신의 복지철학을 강화하고 있다.

여론에 난타당하며 정부가 감염병에 대처하는 한국과 달리, 유럽과 미국은 황당할 만큼 확진자 수가 불어나고 있다. 우리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 것도 지자체의 공이 크다. 차에서 내리지 않음으로써 잠재적 감염자와 접촉을 막아주는 ‘드라이브 스루’ 검사방식은 민간의 아이디어를 지자체가 전격 도입한 것이다. 경기 고양시와 세종시가 2월말 가장 먼저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설치했고 현재는 전국 70여 곳에 마련됐다.

강원 강릉시의 초기대응에도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2월 당시 개강을 앞둔 중국인 유학생의 대규모 입국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다. 한국인에 대한 입국제한이 전세계 81개국에 달해 우리 국민이 국제미아로 전락하는 일까지 벌어질 즈음이다. 중국발 해외유입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빗발쳤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자 지자체들은 자구책을 찾아야 했다.

강릉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2월24일부터 자체적으로 정부보다 엄격한 지침을 세워 모든 중국인 유학생을 인천공항에서부터 데려와 전수조사를 받게 했다. 최대 150여명을 강릉아산병원이나 보건소로 보내 검사한 뒤 해양생물연구교육센터 등에서 2주간 격리시키기로 한 것이다. 증상없이 공항을 통과한 1명이 이틀 뒤인 3월1일 걸러진 것은 이런 선제적 대응이 배경이다. 중국인 유학생이 확진 판정을 받은 첫 사례였다.

해외유입 환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코로나 상황이 언제 바뀔지 모르는 ‘롤러코스트’인 이유다. 하루 평균 국내입국이 7,000명으로 줄었더라도 2주 뒤면 자가격리 대상자가 10만명에 가까워진다. 지자체들의 철저한 대비가 더욱 중요하게 된 것이다. 김대중 평민당 총재가 13일간 단식 끝에 쟁취한 지방자치가 25년을 거친 지금 질적인 성숙의 시험대에 올라선 모습이다.

박석원 지역사회부장 spar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