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천지 사이버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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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고영권기자

깊숙이 있었다. 찾기도 힘들었다. 전지전능한 그들의 세상에는 법도 질서도 없었다. 반사회적 규범이 지배하는 세상, 초등학교 3학년생조차도 성노예라는 인질이 되어 사이버공간 속에 갇혀 있었다. 대충 짐작은 했었지만 상상을 넘어서는 상황이다.

성은 그저 사고파는 것에 불과할 뿐 인간의 존엄성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이었고 약자의 성을 사고 팔기 위해 유인과 협박이 난무했다. 오프라인 세상에서 맞고 틀림은 그들의 암흑공간에서는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금전적 이득이 유일 선(善), 돈 되는 일이라면 성도 명예도 처참하게 짓밟아버리는 그들이었다.

카메라 렌즈 앞에 선 조씨는 순박한 청년이었지만 그의 범죄행각을 생각해보면 그의 그런 모습이 오히려 엽기적이기까지 했다. 사회복지시설의 선량한 자원봉사자였지만 사이버공간에서는 무자비한 포식자였다. 경찰의 수사를 도와 표창장까지 탔던 모범시민이 인간이기를 포기한 채 모든 악랄한 수법은 다 동원하였다. 전 지자체 시장도, 유명한 언론사 사장도 그의 재물이었다. 대체 이런 대담한 작업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n번방은 지금도 진행형

그를 이해하기 위해선 잠시 우리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볼 필요가 있다. 성매매에 관해서는 성매매방지법이 있지만 예전부터 범죄로 여기지 않는 해이한 분위기가 팽배하였다. 성상납이란 용어는 비즈니스를 위해선 불가피한 것이라 기성세대는 인식해왔다. 그것이 공공연히 원조교제라는 요상한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단초가 되었다. 1990년대 초 이미 어린 여성들이 기성세대로부터 금전적 대가로 잠자리를 제공하는 일은 일부의 특권처럼 여겨졌다. 이후 이런 현상은 10대 사이에서 조건만남이라는 것으로 광범위하게 발전되어 궁극적으로는 조건강도라는 범죄로 진화되었다. 특히 보호환경이 열악한 아이들 사이에서는 ‘가출팸’의 생계유지 수단으로서 조건만남은 공고히 자리를 굳혔다. 간헐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10대 남녀 조직이 검거되기도 하였지만 이들에게 길거리의 착취문화가 얼마나 처참한 것인지를 들여다보기보다는 그들의 먹이사슬에서 일어나는 집단폭행 사건에만 주목했다. 어린 여학생 하나를 무릎 꿇려 앉혀놓고 나이 많은 10대들이 처참하게 집단 폭행하는 장면을 보지 못했던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사건을 접할 때마다 집단폭행이 일어난 경위를 알고자 하는 대신 그들의 잔혹성만을 꾸짖으며 형사처벌 연령을 낮추라고만 목소리를 높였었다.

조건만남은 여자 아이들 사이의 문제만은 아니었는데, 그들 속에 끼어든 남자아이들이 어떨 때는 보디가드처럼 어떨 때는 포주와 같은 기능을 하였다. 스마트폰이 일반화되면서 이들은 어린 아이들과 성관계를 하는 성인 고객의 모습을 불법적으로 촬영하기도 하였다. 이 영상물들은 모두 성매수남에 대한 협박의 수단으로서 활용됐다. 가정이 있는 성인 성매수남은 이들에게 좋은 먹잇감이었다.

성매매업소들 역시 다양한 IT 기술들을 활용하여 사업을 번창시켜 나갔다. 이들은 성매매 고객들을 불법 촬영하여 웹하드라는 공고한 아성을 건설하였다. 더 나아가 실시간으로 성매수자와 아동청소년을 연결시켜주는 랜덤채팅 앱으로 사업을 더욱 첨단화하였다. 가끔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은 사건들이 터지면 경찰의 단속이 뜨기도 했지만 이들의 불법행위를 근본적으로 근절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왜냐면 폭발적인 니즈 자체를 줄이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었는데, 우리 기성세대들은 이런 일들이 그렇고 그런, 예전부터 있어왔던 것이라 우습게 여겼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암시장에서 살아남은 당시의 10대, 지금은 20대 초반인 이들은 경찰도 손을 댈 수 없는 최첨단 기술로 무장하고는 암흑의 세계로 숨어들었다. 그것이 바로 다크웹(Dark Web), n번방이다.

그들이 제작한 성착취물들을 보면서 기성세대들은 혀를 내두른다. 우리 땐 아무리 음란물이라도 이렇게 잔혹하진 않았었는데. 어떤 이는 n번방 중 하나인 박사방의 조주빈이 매우 특별한 사람인 것처럼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잔혹물들은 그들 세상에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박사가 구속된 지금도 n번방에서는 여전히 아동성매매를 유인하고 성착취물들을 거래한다. 굳이 텔레그램이란 낯선 메신저에서 회원등록을 하지 않더라도 수많은 국내 IT기업인 랜덤채팅 앱에서는 아이들을 유인한다. 돈만 주면 아이들의 성을 사고 팔아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도덕적인 해이는 도를 넘어 이제는 욕망 해소의 배출구가 된 셈이다.

[저작권 한국일보] 시민들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종로경찰서 앞에서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무너진 성의식

박사방의 주범인 조주빈은 검거되기 전 언론사 기자들에게 자살을 예고하며 유서를 보낸 적이 있었다. 결국 기자들을 희롱하는 해프닝으로 끝났으나 그가 쓴 유서의 내용은 가관이었다. 내용인즉슨 성적 욕망 해소에는 국가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있었다. 다시 읽고 또 읽어도 바로 그 내용, 성을 사고파는 것을 국민들의 권리로 만들라는 내용이었다. 한편 이들의 대화방에서 흔히 발견하게 되는 또 다른 논리는 바로 유인에 넘어간 피해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괴이한 논리다. 성을 사는 것만 나쁘고 성을 파는 것은 괜챦냐는 궤변, 이것이 요즘 세대의 여혐의 주요 테마다. 바로 이 대목에서 혼란이 발생하는데, 문명사회의 근본적인 질서, 즉 성은 사고파는 문제가 아니란 대명제가 이제는 허물어진 현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미 90년대부터 내내 인정하기 싫어했던, 10대 아이들을 돌보지 않고 착취했던 결과물이 부메랑이 되어 일상생활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꼴이 되었다.

사이버공간에서 성착취를 했던 ‘악마’는 어쩌면 우리가 지난 20여 년 동안 키워왔는지도 모르겠다. 2000년대의 중산층 몰락과 함께 버림받은 아이들이 비행청소년으로, 그리고는 사이버공간 상의 악마들로 성장하여 이제는 기성세대를 공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인격을 짓밟히고 은둔하여 사회적 규범의 내면화도 건너뛴 이들이 벌이는 범죄는 우리가 인간이라면 당연하게 지녔을 것이라고 전제하는 모든 것을 위협하고 있다.

비속살인이 늘었다. 6, 7년 전에서는 기껏 한 자릿수였던 것이 작년과 재작년 30건을 넘어섰다.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 그리고는 영아살해로 이어지는 반인륜적인 범죄 역시도 인격이 파탄 난 어린 부모들 사이에서 주로 일어난다.

어둠의 공간에서 나오도록 해야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검찰총장은 이런 범죄를 ‘반문명적’이라고까지 표현하였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으려면 어째야 하는가? 한 단어가 머리에 떠오른다. 바로 ‘교육’. 그런데 어떻게 했는가? 2000년 이후 급속도로 가정들은 해체되었고, 교육기관 역시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학생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이틀만 결석해도 가정방문을 하셨던 선생님들을 이젠 볼 수 없다. 그보다는 문제를 일으킨 자들을 학교에서 쫓아내고 송사를 거쳐 일부는 처벌기관으로 보낸다. 낙오된 아이들은 기존의 교육기관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학업중단자’로서 분류되어 무법천지인 사이버 공간을 표류한다. 당장 시지각적으로 자극적인 것만 쫓게 되어서야 답답한 도덕적인 사고를 하기 힘들다. 도덕적인 사고가 무엇인가? 본질은 본능적 욕망을 억제하는 지난한 훈련이다. 태어났을 때의 짐승의 모습이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을 통해 사회적인 절제력을 갖춘 제대로 된 인간으로서의 모습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아이들은 사이버공간 속에 몰입하여 숨어버렸다. 열악한 보호환경과 무책임한 교육기관은 아이들이 무법천지 속으로 사라져도 찾지 않게 된 것이다.

1만5,000명 정도가 박사방의 진성회원이라고 경찰청은 발표하였다. 이들은 꼭 특정이 되어야 하는데, 꼭 형사처벌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도대체 이런 부조리한 범위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어 어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인지 이번 기회에는 꼭 알아내야 한다. 그래야만 추락하는 젊은이들을 지금에라도 붙잡을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이들을 꼭꼭 숨어버리게 하는 것보다는 자기 발로 나와 지금에라도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발고하게 하는 일이 절실하다. 박사방 가입자들의 자진신고를 광범위하게 받아주기를 권고한다. 피해자를 위하여서는 이들을 엄벌하는 것이 마땅하나 우리의 미래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서는 늦었지만 사이버공간 속에서의 중병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진단하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부디 이번만큼은 제2의 버닝썬이 안되게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

이수정 교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 뉴스 및 다양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다. 대검찰청ㆍ경찰청 수사자문위원, 법원행정처 전문심리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영국 BBC방송의 ‘2019년 100인의 여성’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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