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텅빈 서울 시내 한 영화관 풍경. 연합뉴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을 입은 국내 영화계를 돕기 위해 연간 540억원 가량인 영화발전기금(영발기금) 부과금의 한시 감면 추진 등 대책 시행에 나섰다. 영화계에선 적절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정부는 1일 영발기금 부과금 한시 감면 등 영화계 지원 대책을 담은 ’코로나19 관련 업종별 지원방안 Ⅲ’을 발표했다. 방안에 따르면 2월분부터 소급해 영발기금 부과금을 감면한다. 영발기금 부과금은 영화관 입장권에 부과되는 돈(입장료의 3%)으로 매달 납부가 원칙이다. 영발기금 연평균 부과금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40억원 가량이었다.

정부는 영발기금의 사용처 변경을 통해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영화업계와 종사자 지원에도 나선다. 상반기 개봉이 연기되거나 취소된 영화 20여편에 대해 개봉 마케팅비를 지원하고, 영세 상영관 200여 곳에는 영화상영 기획전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제작이 중단된 한국 영화 20여편에 제작 재개를 위한 지원금도 지급된다. 단기 실업상태에 놓인 영화인을 대상으로 직무 재교육을 제공하고, 400명에게는 직업훈련수당을 지원한다.

한국 영화산업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관객 급감 등 직격탄을 맞았다. 1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3월 전체 관객수는 183만4,47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467만1,693명)보다 9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3월 매출액은 151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액은 1,265억원이었다. 관객이 크게 줄면서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 CGV의 35개 지점 등 전국 영화관 20.1%가 휴업에 들어갔다. 한국 영화 27편은 코로나19를 피해 개봉을 미루면서 마케팅비 등을 다시 책정해야 하는 등 재정적 어려움에 처했다. 해외 촬영 중이거나 촬영 준비 중이던 영화들의 촬영이 미뤄지면서 스태프들도 단기 실업 상태에 놓였다. 지난달 25일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여성영화인모임 등 영화계 각종 단체와 CGV 등 극장들은 정부의 긴급 지원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영화계는 정부의 지원 방안에 환영하고 있지만 때늦은 조치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영화산업이 고사 직전에 이르러서야 최소한의 대책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극장 운영을 겸하는 영화 투자배급사 엣나인의 정상진 대표는 “영발기금 한시 감면으로는 부족한 면이 있고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될 무렵 선제적 조치를 취했어야 맞다”며 “코로나19가 진정돼도 많은 영화사가 폐업하고 극장이 문을 닫을 것으로 보여 한국 영화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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