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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무증상 감염’ 뒤늦게 통계에 포함… 방역 신뢰 또다시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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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무증상 감염’ 뒤늦게 통계에 포함… 방역 신뢰 또다시 흔들

입력
2020.04.01 12:34
수정
2020.04.02 00:1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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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상자 전염력 3.5명으로 확진자(2.5명)보다 강해

2차 감염 폭발 여부의 최대 변수… “보고 누락 말라”

위건위, 무증상 감염 하루 130명↑ 확진(36명)의 3배

한미 보건당국 “전체 감염자의 20~25%는 무증상”

중국인 가족이 지난달 31일 베이징의 아동병원 입구에서 방역요원들의 안내에 따라 사전 검역 확인 조치를 모두 끝낸 뒤 병원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중국인 가족이 지난달 31일 베이징의 아동병원 입구에서 방역요원들의 안내에 따라 사전 검역 확인 조치를 모두 끝낸 뒤 병원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무증상자를 통계에 포함하기로 기준을 바꾸면서 감염자가 크게 늘었다. 2차 감염 폭발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의학적 판단기준과 통계에 대한 신뢰가 또다시 흔들리면서 방역과의 전쟁을 치르는 중국은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1일 “전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6명 늘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공개한 무증상 감염자는 하루 사이 130명 증가했다. 무증상 감염자가 확진자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이다. 중국 질병당국은 발열, 기침, 무기력 등 코로나19 관련 임상증상이 없지만 핵산 검사에서 양성으로 판명된 사람을 무증상 감염자로 정의하고 있다. 주로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가족에게 전염된 사례가 많다.

당초 중국 당국은 지난 2월 코로나19 보고서에서 7만2,314명의 확진자 조사 결과 무증상 감염자가 전체의 1.2%에 그쳤고, 기침 등 증상이 없어 바이러스 전파 위험이 낮다고 평가했다. 국가위건위 소속인 베이징 디탄병원 전염병과 장룽멍(蔣榮猛) 주임은 “잠복기가 긴 무증상 감염자의 누락이 존재하더라도 수량이 극히 적고, 전파될 확률도 낮아 유행병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위험 사례가 잇따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달 허난성의 한 여성이 무증상자로부터 바이러스에 감염된 또 다른 무증상자와 접촉한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여성을 전염시킨 첫 무증상 감염자는 후베이성 우한에 다녀온 뒤 이미 14일간 격리기간을 마쳤는데도 그로 인해 2차ㆍ3차 감염이 잇따라 발생한 것이다. 증상이 없는데도 바이러스 양성반응을 보이는 사례는 중국 각 지역에서 끊이지 않았다.

이에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달 30일 코로나19 대응 중앙영도소조회의를 주재하면서 “방역에 빈틈이 생기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며 “반드시 무증상 감염자의 검사와 추적, 격리, 치료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자 보고를 ‘0’으로 유지하기 위해 보고를 지연하거나 누락해서는 안 된다”면서 “전염원을 최대한 빨리 찾아내고 밀접 접촉자도 격리 관찰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지방정부가 경제 정상화를 위해 발병 사례를 숨기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영도소조회의 다음날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중국 내 무증상 감염자는 1,541명이고 이중 205명은 해외 유입 사례”라고 밝혔다.

해외 언론도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해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4만3,000명의 무증상 감염자 통계가 누락됐다”고 주장했고,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에서 확진자의 3분의 1 가량은 무증상 감염”이라고 전했다. 한국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양성 판정을 받은 인원의 20% 가량은 무증상 감염자”라고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전체 감염자의 25%는 무증상자”라고 추산했다.

중국의 고질적인 통계 누락은 물론, 무증상 감염자의 강력한 전파력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저장성 닝보시 질병예방통제센터가 지난달 26일 중화유행병학잡지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저장성 닝보시의 확진자 157명과 무증상 감염자 30명을 추적해 밀접 접촉자 2,147명을 조사한 결과 110명이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고, 22명은 무증상 감염자로 나타났다. 밀접 접촉자 가운데 무증상 감염자가 확진자의 17%에 달한 것이다. 밀접 접촉에 따른 감염률도 확진자는 6.3%, 무증상 감염자는 4.11%로 별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중국 호흡기질환 권위자인 중난산(鐘南山) 공정원 원사는 “바이러스 전파력이 확진자는 2~2.5명인데 비해 무증상 감염자는 3~3.5명에 달해 더 위력적”이라며 “무증상 감염자와 밀접 접촉자를 각별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원훙(張文紅) 푸단대 부속 화산의원 감염과 주임은 중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끝났다고 판단할 기준으로 △완치 환자가 얼마나 재발하는지 △무증상 감염자가 얼마나 존재하는지 △해외 유입 감염을 얼마나 차단하는지 등 3가지를 제시하며 “중국의 방역 후반전 핵심은 무증상 감염자 관리가 돼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10월에 2차 감염이 폭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좀더 적극적으로 방역에 나서기 위해 뒤늦게 무증상 감염자를 코로나19 통계에 포함시켰지만, 고무줄 잣대로 혼란을 부추긴 건 처음이 아니다. 중국 당국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핵산 검사 대신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신속하게 양성 판정을 내릴 수 있는 ‘임상진단병례’를 놓고 갈팡질팡해 확진자 집계가 요동친 전례가 있다. 지난 2월 12일 후베이성에 임상진단병례를 적용했다가 확진자가 하루 사이 1만5,000명 넘게 폭증하자 일주일 만인 19일 기준을 원래대로 바꿨다. 이에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이틀 만인 21일 다시 임상진단병례를 포함시켜 통계를 수정했다. 방역 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중국의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가 당국이 발표하는 코로나19 통계를 믿지 못하는 이유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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