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8,000명 쏟아지지만 검역소 인력은 200명도 안돼
[저작권 한국일보]해외 입국자들에 대한 14일간의 자가 격리 의무화가 시작된 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입국자들이 전용 공항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70일 넘게 이어지면서 국내 관문인 인천국제공항내 검역 및 의료 인력의 ‘번아웃(Burnoutㆍ탈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검사 대상과 내용이 지속적으로 강화된 반면 200명도 안되는 관리인력은 그대로여서 한계에 몰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현실적인 검역 역량을 감안해 일시적인 외국인 입국 전면 금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35세 중국인)가 나온 이후 신종 코로나 해외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검역 수준을 단계적으로 높였다. 이어 2월 4일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에서 오는 외국인 입국을 금지했다. 중국 내 다른 지역에서 들어오는 내외국인에게는 2단계 발열검사 등의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했다. 이 절차는 홍콩ㆍ마카오(2월12일), 일본(3월9일), 이란ㆍ이탈리아(3월12일), 프랑스ㆍ독일ㆍ스페인ㆍ영국ㆍ네덜란드(3월15일) 등으로 대상이 점차 확대됐다. 지난달 19일부터는 모든 국가에 적용했다. 이후 22일부터는 유럽발 입국자에 대한 전수 검사를 시작했다. 이어 같은달 27일부터 미국발 입국자에 대한 검역을 강화했다.

방역당국은 입국자를 유증상자와 무증상자를 분리해 관리하고 군과 경찰 등 인력을 지원 받아 대응했으나 입국자, 유증상자, 검사 대상이 모두 늘면서 현장 과부하가 심각한 상황이다. 발열검사부터 기초역학조사, 유증상자 구분, 이송, 진단검사까지 유증상자 관리 최전선에 있는 인천공항 국립검역소는 지난달 19일 인천공항을 찾은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인력과 격리시설 등 부족이 심각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가 폭증하는 미국과 유럽에서 교민과 유학생 등 귀국 행렬이 이어지면서 국경 검역 부담은 커져가고 있다. 인천공항 입국자는 평일 5,000~6000명, 주말 7,000~8,000명 수준으로, 이중 절반 정도가 미국ㆍ유럽발 입국자다. 인천공항 검역소 인력은 지난해 기준 165명에 불과하다. 유증상자들이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반나절 가량 대기할 장소도 여전히 부족해 2차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날 0시 현재 국내 누적 확진자 9,887명 중 해외 유입은 560명(외국인 46명)으로, 일주일 전인 지난달 25일 227명(전체 9,137명)보다 두 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최근 2주간 확진자 감염 경로를 분석한 결과 해외 유입은 35.0%로, 병원ㆍ요양원(34.9%)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검역소 인원에 비해 검사 절대량이 많은 상황이 계속돼 왔다”며 “기계가 하는 게 아니고 사람 힘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휴식 없이 계속 가다 보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문제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검역 역량을 이미 넘어선 상황에서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복잡한 외교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만, 특별한 대안이 없고 적정 검역 수준을 유지할 수 없다면 잠깐이라도 (국경을) 닫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앞서 “개학 준비 기간만이라도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고 내국인 입국 검역을 강화해야 한다”며 “한시적인 입국 제한은 의료진을 포함한 코로나19 관련 인력의 번아웃을 줄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은경 본부장은 “최대한 번아웃 되지 않게 인력에 대한 교체나 지원 계획들을 꼼꼼하게 마련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시적인 입국 금지에 대해선 이날부터 시행한 ‘모든 입국자에 대한 14일간의 자가 격리 의무 조치’에 따라 감소할 입국자 수를 모니터링한 뒤 도입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