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최소 74명의 성 착취물을 제작ㆍ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이송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검거되면서 온라인 범죄조직이 불법 동영상 거래 수단으로 이용한 가상화폐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텔레그램 비밀방에서는 가상화폐뿐 아니라 불법토토 시장이나 마약거래에 활용되는 수법이 동영상 거래에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경찰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텔레그램에서 ‘박사방’을 운영하면서 ‘모네로’라는 가상화폐로 입장료를 받았다. 모네로는 익명성과 보안등급이 높아 거래 추적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어 마약거래,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주로 활용된다. 조씨는 회원들로부터 받은 모네로를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 환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경찰 수사에 협조하면서 조씨 일당은 꼬리가 잡히고 말았다.

조씨 검거 이후 텔레그램 비밀방에서는 가상화폐에 대한 경계령과 함께 검경 수사망을 회피하는 수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불법 음란물 동영상 텔레그램방 제보자 A씨는 "박사가 검거된 뒤 외부인에 대한 경계는 더욱 철저해졌다”면서 “여전히 활동 중인 비밀방에서는 경찰에 잡히지 않는 거래수법에 대한 여러 아이디어가 오가고 있다"고 전했다.

박구원 기자

대표적인 거래수법이 불법토토 시장에서 활용되는 ‘징역베팅(징벳)'. 제3자의 계좌인 '대포통장'을 활용하는 방식인데, 과거 노숙자나 신용불량자 등의 계좌를 이용했다면 징벳은 용돈이 필요한 10~20대의 명의를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계좌를 넘겼다가 사용자가 경찰에 잡히면 처벌을 받고, 적발이 안되면 용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징역베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A씨는 “불법 스포츠토토 게시판에서 돈을 필요한 10~20대들에게 200만~300만원만 준다고 하면 쉽게 응한다"며 "계좌주도 사용자가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경찰이 계좌 정보를 파악해도 실제 범인을 찾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마약유통에 주로 활용되는 이른바 ‘던지기’도 텔레그램 비밀방에서 대안으로 거론되는 수법이다. '신촌역 사물함에 300만원 넣고 갑니다'는 식으로 대면 접촉을 피하기 때문에 경찰 추적도 따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조씨 역시 가상화폐뿐 아니라 공범들을 통한 던지기, 대포통장 등의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경찰은 텔레그램 ‘박사방’과 ‘n번방’ 등에서 유출된 성착취물을 판매ㆍ유포한다고 광고한 온라인 게시물에 대한 수사에도 착수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1일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줄 수 있는 성착취물 재유포ㆍ판매 행위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수사 대상에 오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게시물은 100여건이다.

경찰은 성착취물 재유포 및 판매, 소지 행위 역시 중대 범죄로 보고 철저하게 수사한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성착취물을 재유포하거나 판매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심각한 2차, 3차 피해를 야기하는 행위”라며 “해당 성착취물의 소지자 역시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