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ㆍ美 이어 한국도 ‘실업 쓰나미’ 경보]
4월 2일에 2015개 기업 신청, 작년엔 연간 1514곳
2월 일시휴직 14만명↑… 2010년 이후 최대
지난달 31일 서울의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시민이 실업급여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미국, 유럽 등을 휩쓸고 있는 사상 최악의 실업 사태가 한국에서도 곧 본격화할 거란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서구 경제보다 해고가 쉽지 않은 제도적 특성과 실업통계 집계방식의 차이로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미 하루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건수가 작년 연간 신청 건수를 뛰어 넘는 등 물 밑에서는 심각한 고용불안이 진행되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곳곳서 실업대란 위험 징후

6일 정부 등에 따르면, 국내 일자리 사정은 겉으론 아직 안정돼 있다. 지난 2월 고용통계에서 취업자수는 1년 전보다 49만명 증가했고, 실업자 수는 오히려 15만명 감소했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2월 ‘일시 휴직자’는 14만2,000명이나 급증하며 2010년(15만5,000명)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일시 휴직자는 일터 복귀를 전제로 월급 한 푼 받지 못해도 6개월 간 취업자로 분류된다. 취업자 중 무려 61만8,000명이 1주일에 1시간도 일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얘기다.

최근엔 물 밑에서 위험 징후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이 근로자를 해고하는 대신 휴직시킬 경우 정부가 임금을 일부 보전해 주는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기업수가 이달 2일과 3일 각각 2,015개, 1,945개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해 연간 신청 기업수(1,514개)를 뛰어넘는 수치다. 4월 3일까지 누적 신청 기업수는 무려 4만606개로 3개월여 만에 지난해의 26배를 넘어섰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신청 대상 기준을 ‘매출액 15% 이상 감소’ 등 에서 ‘고용 조정이 필요한 기업’으로 대폭 완화한 영향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기업이 고용을 유지할 여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고용유지지원금-박구원기자
◇‘완전고용’ 미국은 “실업률 40%” 전망까지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어서는 대량 실직 사태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3월 넷째 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건수는 역대 최대인 665만건에 달했다. 전주 328만건을 합치면 2주일 만에 1,000만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한 주간 실업수당 신청건수는 최대 66만건을 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은 미국 실업자 수가 몇 주 내에 2,0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보도했고,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은 코로나 19여파로 미국에서 최소 2,730만명, 최대 6,600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대치를 기준으로 삼으면 지난 2월 3.5%였던 미국의 실업률이 1920년대 대공황 당시 실업률(약 25%)을 훌쩍 뛰어넘어 40%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얘기다.

유럽도 비슷하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2주간 400만명이 실업수당을 신청했고, 스페인에서도 지난달 실업자 수가 역대 최대 규모(30만명)로 증가하며 모두 83만명이 일자리에서 쫓겨났다. 영국에서도 지난달 16일 이후 2주 간 일종의 실업수당인 ‘유니버셜 크레디트’를 신청한 사람이 95만명에 달했다.

서구권에 비해 해고가 쉽지 않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미국 같은 대량실업 사태가 단기간에 발생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선진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경우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역시 실업대란을 피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경제가 어려워지면 구직 포기자, 일시 휴직자 등 고용 지표에 반영되지 않는 실질적 실업자 수가 급증하게 된다”며 “기업 줄도산 등으로 대량 실직이 발생하면 미국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을 맞게 돼, 고용 유지를 위한 선제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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