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정당 떠올리게 하는 색상에 봉변
“철쭉 색이 모 정당 상징색과 비슷한데.”
4ㆍ15 총선 사전투표일인 이달 10일 배우 조보아씨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투표 ‘인증샷’을 올렸다가 때아닌 정치색 논란에 휩싸였다. 조씨뿐 아니라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의 상징색을 떠올리게 하는 의상이나 사진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는 연예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조씨는 철쭉꽃을 배경으로 양쪽 손등에 투표 도장을 찍은 사진과 함께 10일이 사전투표일임을 알렸다. 문제는 철쭉의 색이 미래통합당의 상징색인 ‘해피 핑크’와 닮았다는 점이었다. 해당 정당의 지지자들은 “통합당 지지의사를 밝혔다”고 반색했고, 또 다른 정당의 지지자들은 댓글로 비판을 쏟아냈다. 갑작스레 SNS에서 벌어진 갑론을박에 결국 해당 게시물은 삭제됐다.
앞서 가수 송가인씨도 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식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4ㆍ15 투표 캠페인에서 푸른색 계열의 옷을 입었다가 비슷한 논란에 시달렸다. 파란색은 더불어민주당의 상징색이다. 송씨의 공식 팬클럽 ‘어게인’은 이에 “파스텔톤 의상은 평소 가인님이 즐겨 입는 색상”이라며 “송가인님과 어게인은 특정 정당 및 정치적인 연관 관계가 전혀 없음을 명확하게 알려드린다”고 입장문까지 냈다.
이처럼 의상이나 소품의 색상으로 연예인의 정치성향을 추측하는 일은 매 선거철마다 반복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를 부추기는 모양새다.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은 2018년 6ㆍ13 지방선거 당시 코미디언 유재석씨가 파란 모자를 쓰고 투표소를 찾은 사진이 포함된 게시물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민 의원이 공유한 게시물에는 유씨의 사진과 함께 “너도 북으로 가라”며 그의 정치성향을 미루어 짐작해 비난하는 글도 포함됐다.
물론 해당 연예인들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해도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 19대 대선부터 선거 당일에도 선거운동이 가능해진 만큼 투표 당일 특정 숫자를 연상시키는 손동작을 한 사진을 게재해도 선거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폭넓은 팬층을 기반으로 하는 연예인에게 정치적 성향을 전면에 드러내는 일은 족쇄가 될 수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정치적 발언을 하면서 어느 한쪽을 지지하는 순간 다른 쪽은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섣부른 추측은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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