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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초거대 여당 시대, 서늘한 두려움

입력
2020.04.22 18:00
수정
2020.04.22 18:5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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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당은 반대편 끌어안는 책임윤리 가져야

더 많은 관심과 유혹 접근, 도덕성 재무장을

‘수구 대 개혁’ 구도 등 낡은 관념 청산해야

이해찬(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현안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해찬(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현안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뉴노멀(New Normal) 시대가 시작됐다. 180대 103. 21대 총선에서 현 여권은 민주화 이후 단일 정치 세력으로는 최다 의석을 얻었다. 혹자는 우리도 일본처럼 양당 구도가 아니라 1.5당 체제가 됐다며 이 상황을 뉴노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1.5당 체제는 자민당이 1당이고 민주당과 다른 정당들을 다 합친 게 0.5당에 불과해 자민당이 만년 여당을 하는 체제를 말한다.

총선 민심이 정치 지형과 환경을 뉴노멀 수준으로 확 바꿨으니 여야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야당은 민심이 허용한 103석 내에서만 견제 역할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결국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변화가 중요하다. 국정을 이끌어 가는 무한 책임은 원래 여당에 있지만, “개헌 빼곤 못할 게 없다”는 민주당의 책임은 그 이상이다.

민주당이 명심해야 할 건 이제 ‘야당 복’은 없다는 점이다. 야당이 발목 잡아서 일 못했다는 핑계는 더 이상 안 통한다. 결과로 보여 줘야 하는 게 집권여당이다. 그러려면 일의 선후와 경중과 완급을 따지고 반대편도 과감히 끌어안아야 한다. 막스 베버는 정치인은 대의를 실현하려는 신념윤리뿐만 아니라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책임윤리도 함께 지녀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제 제1당을 넘어 초거대 여당에 부합하는 책임윤리로 거듭나야 한다.

여당이 전체 의석의 5분의 3을 확보한 지형에서 야당은 게임체인저가 되기 어렵다. 자연스럽게 여론의 관심은 여당 내부로 쏠릴 것이다. 유혹도 많아질 것이다. 인허가와 이권, 입법 청탁은 힘 있는 여당에 몰리는 게 세상 인심이다. 이해찬 대표가 말한 것처럼 민주당은 ‘안이 훤히 보이는 어항 속에 산다’는 자세로 도덕성을 재무장해야 한다.

국민은 지난해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586 진보인사의 위선과 무능, 기득권을 대물림하는 행태에 대해서도 눈을 떴다. 다만 야당 심판론에 가려 이번 총선에서는 평가를 유예했을 뿐이다. 소득주도성장이나 남북대화 기조도 국민의 선택을 받긴 했지만 정책 집행 과정에서의 미숙함이나 불안함까지 면죄부를 받은 건 아니다. 민주당도 이제 특정 지역을 고리로 한 정치공학적 연합 구상, 수구 대 개혁, 민주 대 반민주 같은 낡은 관념은 박물관에 보낼 때가 됐다. 대신 빈자리는 국민 전체를 놓고 보는 통합적 시야로 채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민주당이 경계해야 할 것은 조급증이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 대승한 이듬해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범보수 진영은 지금 여당과 비슷한 185석을 얻었다. 그때도 보수 전성시대가 예고됐지만 ‘고소영(고려대ᆞ소망교회ᆞ영남)’ ‘강부자(강남 부동산 자산가)’ 인사로 대표되는 정권의 독주에 분노한 민심이 광우병 사태를 계기로 폭발하면서 얼마 안 가 기세가 꺾였다. 17대 국회 때 거대 여당 열린우리당의 자중지란은 민주당도 반면교사로 삼고 있으니 재론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거대 여당이 오만과 독선에 빠질 때 민심이 돌아서는 건 시간 문제다. 벌써부터 여당 내부에서 “180석을 국민이 만들어 준 이유는 협치보다 속도감 있게 실천적 대안들을 만들라는 것”이라는 발언이 나오는 건 불안하다.

시대가 바뀌는 무수한 역사의 결절점이 있었듯이, 21대 총선 이전과 이후의 민주당은 다르다. 이미 주류 세력의 지위에 올라섰는데도 자신들이 여전히 기득권과 싸우는 비주류 세력인양 생각하는 인지부조화는 공동체에 불행이다. 책임윤리와 도덕성의 재무장, 낡은 관념의 청산 없이는 새로운 미래를 열기 어렵다. 이해찬 대표는 ‘서늘한 두려움’이라는 말로 무거운 책임감을 표현했다. 대선 주자 이낙연은 “모든 강물이 바다에 모이는 것은 바다가 낮게 있기 때문”이라며 겸손한 자세를 강조했다. 과연 믿어도 될까. 코로나19가 몰고 올 경제 위기는 곧 초거대 여당을 시험대에 올릴 것이다. 진영 대결이라는 구시대로 회귀하느냐,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새 시대로 나아가냐는 오로지 민주당 하기에 달려 있다.

김영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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