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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소멸하는 작은 차이들

입력
2020.04.24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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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국회의원 선거가 코로나19라는 악재 속에서도 큰 문제 없이 순조롭게 끝났다. 모든 후보가 고생깨나 했을 테지만 승자는 300명뿐인지라 낙선한 후보들은 꽤나 허탈할 것이다.

위 문장에서 ‘깨나’는 붙여 쓰고 ‘꽤나’는 띄어 썼다. ‘깨나’는 정도 이상임을 뜻하는 보조사이므로 앞말에 붙여 써야 한다(돈깨나 있다). ‘꽤나’는 부사 ‘꽤’에 정도가 높음을 강조하는 보조사 ‘나’를 붙인 형태이므로 앞말과 띄어 써야 하는데 ‘깨나’를 ‘꽤나’와 혼동해서 ‘○○ 깨나’로 띄어 쓰는 경우가 많다.

‘꽤(나)’ 외에도 ‘정도 이상’을 표현하는 부사들이 많다. 대충 열거해 봐도 매우, 아주, 너무, 썩, 퍽, 엄청, 무척, 굉장히, 몹시, 되우, 되게, 된통 등이 있고 억수로(경상도), 겁나게(전라도)와 같은 지역어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부사가 있다는 것은 각자 나름의 쓰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매우’는 골고루 잘 붙지만 ‘몹시’는 ‘심하다’는 느낌에(몹시 가난하다), ‘엄청’은 양에(엄청 많다), ‘너무’는 부정적인 느낌에 잘 어울린다(비가 너무 많이 왔다). 하지만 요즘은 이들의 고유의 뜻이 희미해져 큰 구분 없이 강조의 표현으로 폭넓게 활용된다(몹시 예쁘다/엄청 배고파/너무 어울려요). 심지어 ‘굉장(宏壯)히 초라하다’와 같은 모순적 표현도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한편 활용이 줄어드는 예도 있다. ‘되우’는 이제 거의 쓰이지 않아 주로 입말에서 쓰이던 ‘되게’가 그 자리를 차지했고, 같은 말인 ‘된통’은 매우 제한적으로 쓰인다(된통 혼났어).

부사의 미세한 의미 차이는 사전의 뜻풀이만으로는 구별이 잘 안되므로 예문을 잘 살펴봐야 한다. 그것들을 참고하면서 곰곰이 되씹다 보면 적절하고도 풍부한 표현을 할 수 있다.

강미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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