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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유능하고 용감해”… 고양이 6마리에 GPS를 달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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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유능하고 용감해”… 고양이 6마리에 GPS를 달아보니

입력
2020.04.25 09:00
수정
2020.04.26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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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게 GPS를 달아보았다’ 저자 다카하시 노라 작가 인터뷰

집의 방향과 거리, 이동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해 이동

다카하시 노라 작가는 고양이들의 행동반경을 알아보기 위해 고양이 목에 작은 위치정보시스템(GPS)를 달았다. 다카하시 노라 작가 제공
다카하시 노라 작가는 고양이들의 행동반경을 알아보기 위해 고양이 목에 작은 위치정보시스템(GPS)를 달았다. 다카하시 노라 작가 제공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라도 집밖을 넘나들며 사는 고양이들이 있다. 이런 경우 고양이를 기르는 ‘집사’들은 고양이가 어디로 이동하는지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돌보는 길고양이가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고양이들의 행동반경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실제 고양이 목에 작은 위치정보시스템(GPS)을 달아 본 일본인 고양이 집사가 있다. 고양이와의 일상을 담은 사진집 에세이 ‘고양이에게 GPS를 달아보았다’의 저자 다카하시 노라(高橋のら)다. 2018년 일본에서 출간된 이 책은 지난 2월 한국에서 번역돼 발간됐다.

다카하시 작가는 24일 한국일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고양이는 노래를 기억하는 절대 음감, 정확한 방향 감각과 시간 감각을 갖고 있다”며 “잠만 자는 약한 존재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론 유능하고 용감하다”고 밝혔다.

다카하시 작가는 일본 도쿄에서 제본회사 대표를 지내고 편집프로덕션을 경영하다 지난 2001년 5월 규슈 북동부 오이타현 구니사키 반도로 이사했다. 예전에 귤 밭이 있던 작은 산의 꼭대기, 인적이 드문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서 우연히 길고양이 여섯 마리(시마, 히데지, 치, 푸, 쿠츠시타, 시마시마)를 가족으로 맞게 되면서 겪은 일상을 이야기와 사진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특히 다카하시 작가가 밖으로 외출하는 고양이들의 안전을 위해 또 행동 반경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고양이 목에 작은 GPS를 달아본 결과는 2018년 출간 당시 일본 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집의 방향과 거리, 이동시간 정확히 파악하는 고양이들

고양이들은 생각보다 멀리 이동했고, 자신의 위치와 집과의 거리, 이동시간을 정확히 계산해서 움직였다. 다카하시 노라 작가 제공
고양이들은 생각보다 멀리 이동했고, 자신의 위치와 집과의 거리, 이동시간을 정확히 계산해서 움직였다. 다카하시 노라 작가 제공
고양이들이 밤낮으로 다닌 경로. 출판사 터닝포인트(하루) 제공
고양이들이 밤낮으로 다닌 경로. 출판사 터닝포인트(하루) 제공

다카하시 작가는 등산이나 사이클링을 할 때 쓰는 작은 GPS보다도 더 작고 가벼운 데이터 로거를 사용했다. AA형 건전지 정도의 크기에 무게는 건전지 절반 수준이라 고양이에게 달아도 무리가 가지 않을 것으로 봤다. 오후 5시에 저녁밥을 주면서 GPS목걸이를 달고, 다음날 아침 5시에 아침밥을 주며 회수했다. 좌표는 1분 간격으로 설정했다.

다카하시 작가는 GPS를 달아본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는 “고양이들이 매일 밤 4㎞씩 네 시간이나 돌아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숲 속이라 이정표가 될 만한 것이 없음에도 집의 방향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의 방향과 거리, 이동 시간을 거의 정확하게 파악해 움직였다” 며 “늘 아침식사 시간인 새벽 5시 전에 반드시 귀가한다는 점도 흥미로웠다”고 덧붙였다.

다카하시 노라 작가는 매일 고양이들과 산책을 즐긴다. 다카하시 노라 작가 제공
다카하시 노라 작가는 매일 고양이들과 산책을 즐긴다. 다카하시 노라 작가 제공

그렇다면 노래를 기억하는 절대음감이라는 얘기는 뭘까. 다카하시 작가는 고양이들에게 밥 시간을 알리기 위해 집안뿐 아니라 외부 스피커를 통해 동요 ‘멍멍이 경찰 아저씨’를 틀어줬다고 한다. 밖에서 놀던 고양이들은 이 동요가 들리면 곧바로 집으로 왔다. 그는 “아내가 피아노로 모차르트의 소나타를 연주하던 중 장난기가 발동해 멍멍이 경찰 아저씨를 연주했다”며 “식사 시간도 아닌데 한 마리도 빠짐없이 밥을 먹기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다카하시 작가는 지난 2014년 고양이 여섯 마리와 살기에는 빌린 집이 좁아 구니사키에서 700㎞떨어진 시즈오카현 이즈반도로 이사했다. 구니사키는 집 주변에 사람이나 자동차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고양이들의 행동 범위가 넓었다. 반면 이즈반도는 집 주변을 산책하는 사람이나 다른 길고양이들의 세력권도 있다는 점이 달랐다. 그는 “환경도 달라진데다 고양이들이 이제 아홉 살로 나이도 들었기 때문에 지금은 외출 시 집 주변에서 100~200m 거리에 자리를 잡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도 외출하는 날이 길어지는 경우가 생기면 다시 GPS를 달아보기도 한다.

고양이들은 동요 ‘경찰 멍멍이 아저씨’만 들리면 밖에서 놀다가도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다카하시 노라 제공
고양이들은 동요 ‘경찰 멍멍이 아저씨’만 들리면 밖에서 놀다가도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다카하시 노라 제공

다카하시 작가는 이곳에서도 고양이의 뛰어난 능력을 실감했다고 한다. 그는 “이사 초기 고양이 쿠츠시타(양말이라는 뜻)가 가출을 해 걱정했는데 나흘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며 “낯선 곳이었지만 고양이들은 가족 곁으로 돌아왔다. 방향 감각이나 시간 감각은 물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함께 사는 인간의 표정이나 감정, 행동 패턴까지 모두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들은 똑똑하고(때로는 교활하기도 하지만) 자기 주장이 확실하면서도 아첨하지 않는다. 인간과 살아가면서도 자기 삶의 속도를 지키고, 항상 냉정하고, 무리하지 않고, 참지 않고, 허황된 희망을 갖지 않으며, 그때그때 가장 아늑하고 안전한 장소와 시간을 발견하고, 그것에 만족할 수 있는 겸허함을 갖고, 욕심은 없다.” 다카하시 작가가 말하는 고양이의 매력이다.

◇고양이가 개보다 관리하기 쉽다고? 장난감 아냐

다카하시 노라 작가가 고양이와 여유로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다카하시 노라 작가 제공
다카하시 노라 작가가 고양이와 여유로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다카하시 노라 작가 제공

다카하시 작가는 길고양이 여섯 마리와 생활하기 전 도쿄에서도 고양이를 기른 적이 있다. 이들은 창문에서 밖을 보는 것은 좋아했지만 스스로 나가려고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반면 구니사키에서 만난 고양이들은 새끼 고양이 때 만났지만 야생에서 태어났거나 바로 방사된 유기 고양이들로 추정됐는데, 집안으로 들여보내도 모두 밖으로 나가고 싶어했다. 그는 “집 주변 환경을 고려해 고양이들을 밖으로 내보내기로 결정했지만 좀 더 넓은 집이었다면 집안에서 여섯 마리를 계속 기르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고양이는 인간보다 환경에 대한 적응이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길고양이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고, 보호자가 없다는 이유로 학대의 대상이 되곤 한다. 일본의 경우 한국보다는 덜하지만 그렇다고 길고양이에 대해 애정을 쏟지도 않는다는 게 다카하시 작가의 설명이다. 그는 “일본은 길고양이에 대해 쥐를 잡아주기 좋다고 환영하는 농가도 있고, 해가 되지 않으면 공존해도 좋다는 시선이 많은 것 같다”며 “다만 지방의 경우 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 특히 지방에서는 수의사 조차 길고양이 복지에 대한 수준은 낮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카하시 노라 작가가 고양이들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다카하시 노라 작가 제공
다카하시 노라 작가가 고양이들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다카하시 노라 작가 제공

고양이는 개보다 관리가 쉽다는 이유로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최근 많이 기르는 추세다. 다카하시 작가는 고양이가 개보다 관리하기 편해 반려동물로 들이려는 이들에 대해 “반려동물을 장난감의 연장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산책은 힘들지 않을 것이라며, 산책을 하지 않아도 되니 고양이가 관리하기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고양이나 개를 장난감의 연장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다카하시 작가는 “고양이를 인생의 친구로 맞이하려는 사람에게 바라는 것은 고양이들에게 아무것도 강요하지 말고 고양이들에게서 아무것도 빼앗지 않는 삶을 실현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는 주인의 사랑을 필요로 하지만 고양이는 사람이 곁에 있는 것을 허락하는 것 같다”며 “조용하고 평온한 공존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고양이가 인생의 벗으로 최적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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