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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얄미운 말맛

입력
2020.04.29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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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아침에 까치소리를 들으니, 기다리던 소식이 올 것 같다. 우리에게 까치는 길조지만, 어떤 나라에서는 도둑새이다. 만약 ‘귀신같다’라면 한국에서는 괴기스럽다는 뜻이지만, 베트남에서는 못생겼다는 뜻이다. 그 말로 중국에서는 공룡을,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원숭이를 떠올린다. 이처럼 비유는 언어권별로 다르다.

어감이 달라 딱 맞는 표현을 찾느라 고민할 때도 많다. 만약 좋은 선생님을 말한다면, 중국에서는 정원사나 꿀벌로 빗댄다. 우즈베키스탄의 올빼미는 현명하고 경험이 많은 선생님을, 베트남의 착한 엄마는 학생들에게 관심 많은 선생님이다. 한편, 무섭고 엄한 선생님을 말할 때, 한국은 호랑이, 일본은 도깨비, 중국은 무당에 빗댄다. 그런데 한국의 ‘호랑이 선생님’은 마냥 비난받는 대상이라기보다, 속 깊고 정 많은 분이기도 하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메시지까지 담은 꼭 맞는 말이 없다.

아내에 대해 불평할 때도 그러하다. 중국은 심술궂거나 사나운 아내를 호랑이에 비유한다. 베트남은 늘 투덜거리는 아내를 사자 같다고 한다. 교활한 아내를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뱀이나 카멜레온으로, 중국에서는 전갈로 말한다. 이런 비유 표현은 그저 부정적 어감이다. 그런데 한국의 아내는 좀 다르다. 우리에게는 ‘곰 같은 아내’, ‘여우 같은 아내’가 있다. 어찌 보면 배우자를 자기중심적으로 평가한 말이라 인간의 이중성을 보여 주는 얄미운 표현이다. 그러나 곰처럼 미련하다거나 여우처럼 이기적이라고 불평은 하더라도 그 맛에 산다는 속뜻이 있는데, 그것까지 이방인에게 잘 전달할 방법은 없다. 오늘도 우리 아버지들은 지친 그림자를 끌고 토끼같은 자식, 여우 같은 마누라가 기다리는 집으로 가고, 할머니는 똥강아지 같은 손자들을 찾는다.

이미향 영남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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