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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코로나와 인공지능(AI)

입력
2020.04.29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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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이 지구촌에 충격파를 던진 건 4년 전이다. 2016년3월, 출몰한 구글 딥마인드 AI ‘알파고’가 진원지다. 파장은 반상(盤上)에서부터 불거졌다. 당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5번기)은 ‘인간 대 AI’의 충돌이란 점에서 국내외 스포트라이트를 몰고 왔다. 세계 바둑계 간판스타였던 이 9단은 대국 직전 “4승1패만 거둬도 내가 진 것”이라며 과도한 자신감으로 출사표를 대신했다. 사실상 무한대 경우의 수로 이뤄진 반상에선 아직까지 AI가 인간을 넘어서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로 들렸다. 하지만 실전은 딴판으로 흘렀다. 족보엔 없었던 알파고의 잇따른 깜짝수에 이 9단은 대국 내내 당황했고 결국 1승4패로 무릎을 꿇었다. 100만달러(약 11억원) 우승 상금을 놓고 벌였던 이 세기의 대결에서 AI의 위력은 새롭게 부각됐다.

그랬던 AI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소환되고 있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정국 속에 AI의 존재감이 재차 각인되면서다. 코로나19 사태를 처음 예측한 것도 AI다. 캐나다 AI 의료 신생(스타트업)기업인 블루닷은 지난해 12월31일, AI 연산을 통해 사태 확산을 경고했다. 수 많은 데이터 분석으로 코로나19 발생을 내다본 세계보건기구(WHO) 보다 2주 이상 앞섰다.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이후, 28일로 100일이 지났지만 여전한 코로나19 비상 시국에도 AI의 활약상은 눈에 띈다. 미국이나 중국 등을 포함해 해외의 경우엔 AI를 활용한 코로나19 치료와 예방법 개발이 활발하다. 구글은 의료용 AI ‘알파폴드’를 투입해 코로나19 치료법 찾기에 나섰고 중국 알리바바에선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탐지가 가능한 AI 시스템 개발 방침을 전했다.

코로나19 여파 속에 AI의 가치는 치솟고 있지만 국내 사정은 여의치 않다. 국내 일부 기업에서도 AI를 코로나19 해법 찾기에 이용하고 있지만 해외와 동등 비교는 어렵다. 무엇보다 기초 체력이 허약하다. 지난해 말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의 AI 인재 경쟁력을 10으로 볼 때 한국(5.2)은 주변국인 중국(8.1)과 일본(6.0)에 뒤처졌다. 주된 원인은 ‘실무형 기술인력 부족’(36.7%·복수응답)과 ‘선진국 수준의 연봉 지급의 어려움’(25.5%), ‘대학원을 포함한 전문 교육기관 및 교수 부족’(22.2%) 등으로 지목됐다. 빈약한 맞춤형 인재 양성 시스템과 열악한 처우가 AI 경쟁력 강화를 가로막고 있단 얘기다. 다른 나라와 AI 부문에서 차별성을 가져가기가 힘든 배경이다. 실제 지난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AI 대학원 추가 선정에서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연세대, 한양대 등이 최종 선정됐지만 교원 확보에서부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미국만 해도 부가가치가 높은 AI 박사 학위를 따게 되면 최소 5억원 연봉은 받을 수 있는데, 국내에선 1억원도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며 “국내에서 유능한 AI 전문가를 양성하기 어려운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꼬집은 국내의 한 AI 분야 전공 대학교수의 충고는 곱씹어 볼만한 대목이다.

그나마 AI 구현에 필수적인 5세대(5G) 인프라와 스마트폰 보급률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란 점은 위안거리다. 지난해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퓨 리서치에 따르면 27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스마트폰 보급률에서 우리나라는 95%로, 이스라엘(88%)과 네덜란드(87%) 등을 따돌리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AI 밑그림도 결국 우수 인재의 머리에서 그려진다. AI의 잠재 성장성만 따져도 투자 가치는 충분하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에 따르면 AI는 2030년까지 세계 국내총생산(GDP)에 13조 달러 이상 기여할 것으로 전망됐다. 코로나19 여파로 패닉에 빠진 상황에서 AI는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 AI의 무궁무진한 확장성을 고려하면 인재 발굴과 양성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과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허재경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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