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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코로나19 방역이 성공한 진짜 이유

입력
2020.05.01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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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5℃는 한국일보 중견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3월(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치료를 받다 숨진 파리 시내의 라 피티에 살페트리에르 종합병원을 방문해 의료진을 격려하고 있다. 대통령은 물론 의료진도 마스크는 쓰지 않았다. 파리=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3월(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치료를 받다 숨진 파리 시내의 라 피티에 살페트리에르 종합병원을 방문해 의료진을 격려하고 있다. 대통령은 물론 의료진도 마스크는 쓰지 않았다. 파리=연합뉴스

며칠 전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고 있는 대학 동기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안부인사를 주고 받았다. 동기는 3월17일부터 시작된 프랑스 정부의 전 국민 이동제한령 때문에 가족과 함께 집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사실상 40일 넘게 감금된 셈이다. 동기는 “약국과 마트를 제외하곤 문을 연 상점도 없고 일반인은 거의 도로 보행이 금지돼 꼼짝없이 집에 갇혀 있다”며 “프랑스 정부가 5월11일부터는 점진적으로 격리를 해제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아직도 하루 사망자가 200~300명으로 집계되는 상황에서 가능할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프랑스와 한국의 상황은 불과 두 달여 만에 급반전했다. 지난 2월 프랑스의 한 지역 신문사는 한국과 아시아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자 1면에 ‘황색 경계령’(Yellow Alert)이란 타이틀로 경계와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하지만 한국이 전면적인 봉쇄조치 없이도 빠르게 방역에 성공하자 최근에는 다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29일 세계적 석학인 기 소르망 전 프랑스 파리정치대 교수는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이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 격찬했다. 소르망 전 교수는 “(한국이) 엄격한 선별적 격리 적용, 감염 집단 전수조사, 위중환자 입원 치료 등 신속한 대응으로 감염자가 많은데도 사망자가 적었다”며 “전 국민 봉쇄도 없었다”고 호평했다.

일부 프랑스인들은 한국이 개인을 감시하고 자유를 통제해서 방역에 성공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감염자 동선 재구성에 휴대폰 정보를 이용한 점을 지적하며 한국인들이 ‘감시 받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비르지니 프라델이라는 이름의 프랑스 변호사도 한 칼럼에서 한국을 ‘개인의 자유를 오래 전에 버린 나라’라고 비난해 논란이 됐다.

그러나 이는 한국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서 비롯됐다는 반론이 프랑스인에게서 먼저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인으로 한국에서 13년간 거주한 크리스토프 고댕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증상이 있으면 언제든 무료로 검사와 진료를 받을 수 있고, 감염되면 스스로 격리에 들어간다”며 “(오히려) 유럽이 (봉쇄조치로) 더 이상 시민의 자유를 목격할 수 없을 정도로 후퇴 중”이라고 꼬집었다.

우리 정부는 과거의 경험을 거울 삼아 철저히 준비해 대응한 것을 방역 성공의 배경으로 꼽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프랑스 공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를 언급한 뒤 “(당시) 초기 정부 대응이 불투명하고 (심각성을) 무시하는 듯해 (국민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며 “현 정부는 재난 상황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고댕 교수는 오히려 ‘2016년 촛불집회’를 방역 성공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고댕 교수는 지난 27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은 3년 전 촛불집회를 통해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앞으로 올 정부에게 명백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며 “국민들은 정부를 더 면밀하게 감시하고 정부가 더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압박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 덕분에) 시민은 (이번 코로나 상황에서) 일상, 건강 그리고 민주주의를 같이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댕 교수 인터뷰 보러가기

코로나19 방역 성공은 정부의 성과가 아닌 민주주의의 성과라고 평가하는 게 옳다고 본다. 정부가 감염병 확산에 기민하고 신속하게 움직인 가장 큰 이유는 국민들의 높은 시민의식과 적극적인 참여, 감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두 달간 개인 이동의 자유를 봉쇄한 프랑스가 봉쇄 없이 시민들의 참여로 방역을 성공적으로 이끈 한국을 비판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더구나 우린 전세계가 코로나19 상황에도 전국 단위 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유일한 국가가 아닌가.

강희경 영상팀장 kst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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