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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언어의 첫걸음, 엄마 아빠

입력
2020.05.08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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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낱말의 소리는 그것이 지시하는 대상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우리가 주거하는 곳을 한국어로 ‘집’이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하우스’고 프랑스어에선 ‘메종’이라 한다. 스페인어는 ‘카사’, 러시아어는 ‘돔’, 힌디어는 ‘바완’, 아프리카 스와힐리어는 ‘니움바’다. 집과 하우스 사이의 언어적 연관성을 캐내는 일은 정말 부질없는데, ‘언어의 자의성’ 때문이다. 즉 집을 집이라 부르는 것은 무슨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이름이 붙었기 때문일 뿐이다.

의성어는 소리를 흉내 내는 말이기 때문에 대상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언어 간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강아지는 한국어로 ‘멍멍’ 짖지만, 영어로는 ‘바우와우’, 프랑스어로는 ‘우아프우아프’ 짖는다. 스페인에선 ‘과우과우’, 러시아에선 ‘가프가프’ 짖는다고 하니, 전 세계의 강아지들이 고개를 갸웃할 일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엄마/아빠’는 많은 언어가 거의 비슷한 소리를 갖고 있다. 앞서 예로 든 언어들에서 엄마/아빠는 대부분 마마(마망, 맘마)/파파(바바)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영문판)’에서도 이 문제를 표제어로 다루고 있다. ‘mama and papa’로 검색하면 약 80개 언어의 ‘엄마/아빠’를 볼 수 있다.

발음 기관이 덜 성숙한 상태에서 가장 쉽게 낼 수 있는 소리가 입술소리 자음(ㅁ, ㅂ, ㅍ, ㅃ)과 ‘ㅏ’ 모음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추측하는데 ‘아나’, ‘나나’, ‘하하/지치’ 계열로 말하는 언어도 있어서 획일적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인간의 언어 습득 과정을 알아내는 것은 암을 정복하는 것보다도 힘들다). 어쨌든 인간은 엄마/아빠를 부르면서 언어의 첫걸음을 떼는 셈이니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이 또한 부모님께 감사할 일이다.

강미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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