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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C] 용인 66번 확진자를 비난하기 전에…

입력
2020.05.12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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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신규 감염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9일 부산 서면 클럽 거리가 인파로 붐비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신규 감염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9일 부산 서면 클럽 거리가 인파로 붐비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두 달 넘게 발길을 끊었던 창고형 할인점을 지난 주말 다녀왔다. 입구엔 마스크를 착용해야 입장할 수 있다는 공지문이 보였지만 전반적으로는 이전과 크게 다른 게 없었다. 인파는 카트 이동이 어려울 정도로 몰렸다. 필라테스 강습소에도 마스크를 쓰고 조심스럽게 다시 나가 봤다. ‘나만 과도하게 걱정하고 있었나’싶을 정도로 강습소 역시 붐볐다.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꾸준히 한 자릿수를 기록하고 정부의 방역 지침도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됨에 따라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확산세가 한풀 꺾였다’는 판단은 착각이었다. ‘용인 66번’ 확진자로 드러난 서울 이태원 클럽발(發) 집단 감염의 파장이 심상치 않다. 국민의 허탈함과 분노는 용인 66번 감염자뿐 아니라 성 소수자 전체를 향한 혐오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설마’하는 마음의 빈틈이 없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그간 한국의 코로나19 대처는 대대적인 검사, 진단과 추적 기술, 성숙한 시민의식 등에 힘입어 그 성과를 외신에서까지 인정 받아 왔다. 그렇지만 우리의 전반적인 방역 체계가 과연 최선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실 방역이 어느 정도 성공한 데엔 희생과 헌신을 아끼지 않은 자원봉사자와 파견 의료 인력의 역할이 컸다. 상대적으로 작았던 공공의료 시설과 인력은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생활 방역 전환 과정에서는 개념이 모호하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부족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제1수칙은 지키기도 어려운 ‘아프면 3~4일 쉬기’였다. 유흥ㆍ종교시설 등 고위험 민간시설에 대한 운영자제 권고를 종료하면서도 행정명령 시행 여부는 지방자치단체에만 맡겨뒀다.

코로나19로 비필수 업종 영업 중단 명령을 내렸던 캐나다도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경제 활동 재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온타리오 앨버타 매니토바 등 5개주(州)는 총 3단계로 나뉜 규제 완화 조치를 마련했다. 특히 업종별로 세부적인 지침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온타리오주는 60개 이상의 지침을 만들었는데, 신규 확진자가 2~4주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일 때 보건 당국 판단에 따라 다음 규제 완화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했다. 앨버타주는 카페와 레스토랑 영업 재개를 1단계에 포함시켰지만 좌석 수는 평시의 50%로 제한했다. 물론 나이트클럽 등 유흥시설은 마지막 3단계에 가서야 열 수 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방역으로 전환되고 날씨도 더워지면서 방역의 기본인 마스크조차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다닌다 하여 ‘턱스크’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경제 활동 재개 지침이 없다면 또 다른 용인 66번은 언제든 나올 수 있다. 개인의 부주의와 일탈을 분노의 배설 대상으로 삼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늦은 감이 있지만 서울시 등 지자체가 유흥업소에 대한 집합금지 명령을 내린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백신 개발 전까지 지속될 코로나19 장기전에서 시민의식에만 기대는 방역 관리는 한계가 있다. 한국 방역에 찬사를 아끼지 않던 외신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한국의 초기 코로나19 방역 승리가 클럽 집단 감염으로 흐려지고 있다”며 재확산 우려 상황을 상세히 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도시 풍경은 마스크를 착용한 것만 빼면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흡사하다”고 꼬집었다. 지금이라도 좀 더 정교한 방역 관리 지침이 마련되길 바란다.

김소연 국제부 차장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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