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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언의 식품 속 이야기] 크릴오일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다

입력
2020.05.14 18:00
수정
2020.05.14 18:32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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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릴오일 ©게티이미지뱅크
크릴오일 ©게티이미지뱅크

4월 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크릴오일에 대한 부당 광고 829건을 적발했다. 홈쇼핑, 온라인 등에서 일반 식품인 ‘크릴오일’을 마치 건강기능식품처럼 허위ㆍ과대 광고하는 것을 단속한 것이다.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크릴오일 제품은 전부 ‘어유’나 ‘기타가공품’에 해당하는 일반 식품인데 의약품인양 효능을 과장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인지질의 기능을 과장하는데, 일반기름은 물에 녹지 않아 흡수가 잘 안 되는데 크릴오일은 인지질 때문에 물에 잘 녹아 흡수가 잘 된다고 한다. 심지어 다른 지방에 비해 5~8배나 잘 흡수가 된다고도 한다. 황당한 주장이다. 만약에 그들 주장대로 일반 지방이 흡수가 잘 안되면 우리는 그동안 배웠던 영양학 지식이나 칼로리 이론을 버려야 한다. 만약 일반 지방의 흡수율이 크릴오일의 절반이라면 지방의 칼로리를 지금의 절반으로 계산해야 하고 흡수율이 5분의 1이라면 지방이 탄수화물과 단백질보다 훨씬 칼로리가 적은 다이어트 소재이기 때문이다. 모든 식품의 칼로리 표시를 고쳐야 하고, 칼로리를 따지는 다이어트 이론은 폐기해야 한다.

사실 인지질은 특별한 성분이 아니다. 우리 몸에서 지방의 핵심적인 역할은 세포막을 구성하는 것과 잉여 에너지를 저장하는 것이다. 지방으로 된 세포막이 없으면 세포 안의 물질이 금방 밖으로 빠져나가 생명을 잃게 된다. 비누가 살균효과를 가지는 것은 세균의 세포막을 녹여 버리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체는 세포로 되어있고, 모든 세포는 인지질로 된 세포막으로 감싸져 있으므로 인지질이 전혀 특별한 성분은 아니다. 어떤 식품을 먹든 인지질이 있으며, 계란 노른자의 경우 크릴의 몇 배의 인지질이 있다. 더구나 인지질은 우리 몸에서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합성이 가능하다.

인지질의 종류 중에 레시틴이 있는데, 레시틴은 초콜릿 등의 가공식품을 만드는데 유화제로 사용되는 식품 첨가물이다. 더구나 레시틴은 콩기름을 만들 때 대량으로 생산되어 유화제 중에도 가장 저렴한 편이다. 과거에 건강 전도사들은 이런 유화제는 몸에 유해한 성분의 흡수도 도와주기 때문에 아주 나쁜 것이라고 비난했는데, 지금은 똑같은 성분을 건강기능식품이라면서 찬양하니 나 같은 사람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똑같은 인지질이 식품 첨가물이라고 불리면 몸에 나쁜 기능을 하고 건강기능식품이라고 불리면 몸에 좋은 기능을 하지 않는다.

더구나 크릴오일을 먹는 주목적이 오메가3 지방인데, 마치 인지질이 핵심 인양 과장하는 것도 좋지 않다. 우리 몸은 지방의 합성을 정말 잘한다. 비만은 과잉의 영양분을 지방의 형태로 우리 몸에 축적하는 현상인데, 적당히 살이 찌면 지방의 합성을 멈추면 좋을 텐데, 몸이 터질 듯이 부풀어도 지방의 합성을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지방을 많이 합성하면서 오메가3, 오메가6지방은 합성하지 않는다.

지방산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크게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으로 나뉜다. 포화지방은 직선형 구조로 세포막에 빼곡하고 촘촘하게 배치되어 세포막에 단단함을 부여하고, 불포화지방은 꺾인 구조라 엉성하게 배치되면서 유연성을 준다. 세포막이 포화지방 위주로 너무 견고하면 생리적 기능을 하기 힘들고, 너무 유연성이 크면 막이 붕괴되기 쉬워 위험하다. 물고기는 살아가는 수온이 낮아지면 세포막에 불포화지방의 비율을 높여 유연성을 높이고, 높은 온도에 계속 노출되면 포화지방을 높여 견고함을 부여한다. 추운 지방에 사는 등푸른 생선이나 크릴새우에 불포화지방이 많은 것이 그런 이유이다.

세포막은 포화지방을 기본으로 필요한 만큼 불포화지방을 보충한 것이니 포화지방은 나쁜 지방이고 불포화지방은 좋은 지방이라는 주장은 완전히 틀린 것이다. 포화지방 없이 불포화지방만 많은 것도 우리 몸에 재앙이다. 불포화지방이 포화지방보다 좋은 지방이 아니라 우리 몸에 부족하기 쉬운 지방인 것이다. 그리고 모든 불포화지방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오메가3지방의 섭취만 부족한 편이다. 오메가6지방은 오히려 너무 많이 먹어서 문제가 있다. 그러니 크릴오일을 먹는 목적은 오메가3이지 인지질이 전혀 아닌 것이다.

오메가3지방의 가장 큰 단점은 산패가 되기 쉽다는 것이다. 포화지방은 산패가 잘 안 되는데, 불포화도가 높을수록 쉽게 산패되는데, 오메가3지방은 불포화도가 가장 높은 지방이니 산패가 가장 쉽다. 그리고 기름 중에 가장 나쁜 기름은 포화지방도 오메가6지방도 아닌 산패된 기름이다. 산패취가 나는 기름은 어떤 것이든 아깝더라도 그냥 버리는 것이 몸에 훨씬 좋다. 크릴오일 제품은 아스타잔틴의 항산화력에 대한 예찬이 대단한데, 아스타잔틴의 항산화력이 그렇게 좋다면 크릴오일의 산패 정도는 매우 낮을 것이다. 아스타잔틴이 우리 몸에서 유익한 항산화 기능을 한다고 주장하려면 크릴오일 자체의 산패를 충분히 막고 있음부터 증명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떤 크릴오일 제품도 오메가3의 함량을 높다고 자랑하거나 산가가 낮다고 자랑하지 않는다. 대왕고래는 크릴오일만 먹고살지만 그래서 특별히 건강하다는 증거는 없다.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ㆍ식품공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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