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기고] 한국판 뉴딜, 노후 공공건축물의 제로모델링

입력
2020.05.18 04:30
수정
2020.05.22 10:19
25면
0 0
코로나19로 휴관한 서울 영등포구 소재 경로당. 이한호 기자
코로나19로 휴관한 서울 영등포구 소재 경로당. 이한호 기자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서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했던 시간을 지내고 있다. 다소 피로감도 있지만, 우리 사회가 세계 어느 선진국보다도 코로나 상황에 훌륭히 대처하고 있다는 자긍심은 시민들이 인내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손자병법 제6편 허실 중에 ‘조정하되 조정당하지 마라’라는 글귀가 있다. 싸움터에서 먼저 자리를 잡고 적을 기다리는 군대는 편안하고, 뒤늦게 싸움터에 달려가는 군대는 피로하다는 말이다. 이번 코로나 상황에서 우리는 선제적으로 진단을 확대하였고 코로나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나는 차제에 방역만이 아니라 우리의 경로당, 어린이집, 보건소 등 사회시설물을 보다 건강하고 안전하게 조성하는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깊이 검토하기를 희망한다. 지역에 있는 다양한 사회시설물이 우리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너무 노후화되어 있다. 오래된 사회시설물은 신체적, 심리적으로 건강에 매우 좋지 않은 환경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것은 생활 방역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2017년 기준으로 전국의 30년 이상 노후시설물이 36.5%인데, 1,000만 국민이 사는 서울의 경우 38.8%에 달한다. 기존 경로당, 어린이집, 보건소 그리고 초ㆍ중ㆍ고교의 노후 수준도 상당한 비율에 이를 것으로 생각된다. 세계적인 도시 서울시에서 몇 개의 관련시설을 방문해 보시길 권유하고 싶다. 우리의 수준에 걸맞지 않다. 곰팡이, 결로, 악취, 협소함 등 취약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고, 유지관리 시스템은 체계적이지 못하다.

우선 건강하지 못한 환경에 취약한 어르신들과 미래의 가치인 아이들이 사용할 사회시설물 개선에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화석에너지 제로 수준의 그린리모델링인 ‘제로모델링’을 권고한다. 건물의 벽, 지붕, 창문 그리고 현관문 등의 단열 성능을 높이고, 황소바람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기밀 성능을 확보해야 한다. 이 공간에 산소가 포함된 외부 공기를 필터를 통해 실내로 유입시키고, 오염된 실내공기를 다시 외부로 배출시킬 수 있는 열회수형 환기장치를 설치하면 건강한 실내 공기를 확보할 수 있다. 심지어 에어컨이나 보일러를 가동하는 동안에 유리창을 굳이 열지 않아도 실내 공기를 교환할 수도 있고 에너지까지 아낄 수 있다. 태양광, 지열 등 재생가능에너지 설비까지 연계하면 화석에너지 의존도를 더욱 줄일 수 있다.

건물과 도시 분야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국내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경제성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 재난은 우리에게 새로운 준거를 제시하고 있다. 쾌적하고 건강한 공간이다. 제로에너지 수준의 그린리모델링은 ‘신박’하게도 생활방역이 가능한 생활공간을 제공하는 유용한 방안이 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포스트 코로나’로 진입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한국판 뉴딜에 ‘제로모델링을 통한 건물 재생’을 포함시켜 재정정책을 추진한다면, 바이러스와의 전쟁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라는 지구적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자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 모범적인 국가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이명주 前 녹색성장위원회 총괄분과 위원장ㆍ명지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