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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차별할 권리라는 궤변

입력
2020.05.17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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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안전을 강화한 '민식이법'의 입법 계기가 된 김민식군 사진. 민식이 부모는 방 한 켠에 추모 공간을 마련해 아직도 아들을 그리워하지만 일각에선 인신공격을 불사하며 민식이법 개정 운동을 벌이고 있다. 아산=이한호 기자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안전을 강화한 '민식이법'의 입법 계기가 된 김민식군 사진. 민식이 부모는 방 한 켠에 추모 공간을 마련해 아직도 아들을 그리워하지만 일각에선 인신공격을 불사하며 민식이법 개정 운동을 벌이고 있다. 아산=이한호 기자

이태원 발(發)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확진자 방문지가 게이 클럽임을 명시한 기독교계 일간지의 단독 보도가 방역을 방해하고 혐오를 조장해 논란이 됐다. 해당 신문 노조는 성명을 내고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에 반하는 자사 보도로 논란을 야기한 데 대한 사측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해당 신문 종교국장은 “반(反)동성애는 국민일보가 지향하는 가치”라며 “성소수자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13일 기자협회보에 밝혔다. 동성애자를 존중하지만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모순의 논리다.

□ 지난해 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너다 가족들 눈 앞에서 차에 치여 숨진 9세 김민식군 사건은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안전을 강화한 ‘민식이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운전자 처벌 강화에 대한 불만이 고조된 가운데 한 유튜버가 민식이 부모에 대해 7억원 요구설, 불륜설 등으로 인신공격에 나섰다. 그러자 일부 네티즌들이 ‘민식이를 팔아먹었다’며 호응했다. 견디다 못한 민식이 부모는 14일 명예훼손 혐의로 유튜버와 익명 제보자를 고소했다. 유튜버는 “강하게 대응하겠다”며 반발했고 법 개정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 흑인 차별을 비판한 사회적 장르, 힙합은 한국에서 여성ᆞ장애인 혐오 장르가 됐다. 래퍼 산이는 2018년 ‘페미니스트’에서 “I am feminist (…) 여자와 남자가 현 시점 동등치 않단 건 좀 이해 안 돼” “탈 코르셋 말리진 않어 (…) 그럼 뭐 깨어있는 진보적 여성 같애?”라고 페미니즘 운동을 저격했다. 비판이 쏟아지자 산이는 “페미니스트라 자칭하며 위선적 행동을 하는 남자들을 풍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가 공연장에서 야유하는 관객에게 “워마드는 독 페미니스트 노 걔넨 정신병”이라는 랩(‘6.9㎝’)으로 답했다.

□ 소수자ᆞ약자ᆞ피해자의 인권을 지키려는 노력과, 이에 반대하는 운동은 결코 동등하지 않다. 종교의 자유나 소비자운동이라는 허울이 그 실상을 감추고 있을 뿐이다. 성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을 받아들이지 않고 교정하려 한다면 성소수자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 남녀 차별의 실상을 부정하면서 페미니스트일 수 없다. 게이클럽을 게이클럽이라고 보도한 게 무슨 혐오냐는 주장은 동성애자라는 호명 자체가 배제와 차별의 낙인임을 감춘다. 소수자를 혐오할 자유, 약자를 차별할 권리란 없다.

김희원 논설위원 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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