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유튜버들은 최근 “베트남인들이 일본군 위안부를 조롱하고 세월호 참사를 계속 비하하고 있다”는 주장을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의 기원을 추적해 보면 출처가 모호하거나 극소수 네티즌의 의견을 마치 전체 베트남인들이 동조하고 있는 것처럼 확대 해석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베트남인들이 위안부를 조롱했다는 근거는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한 베트남인과 한국인 사이에서 진행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 캡처 화면이다. 대화의 맥락이 잘려 있어 발언 취지는 추론하기 어려우며 해당 장면 만으론 베트남 사회에 한국인 위안부를 얕잡아 보는 현상이 실재한다고 확신할 수 없다.
그나마 출처가 제시된 세월호 참사 비하 주장도 마찬가지다. 한국 유튜버의 영상에 어떤 베트남인이 “나는 세월호 때 많은 한국인이 죽어서 행복하다”는 댓글을 달았다는 것인데, 이 역시 베트남 전체 여론이라 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 해당 댓글 외 다른 베트남인이 세월호 참사를 폄하했다는 추가 사례도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한국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자체 조사 결과, 베트남 여론이 형성되는 웨이보와 페이스북,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 어디에도 위안부와 세월호에 대한 언급이나 논란은 없었다”며 “베트남 정부도 ‘위안부와 세월호가 뭔데 그러느냐’고 되물을 정도로 황당하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한국어를 전공한 하노이의 대학생 H씨 역시 “3월 반미 논란 때는 일부 과격한 네티즌이 ‘한국인은 너무 거만하다’는 취지의 글을 SNS에 자주 올리긴 했다”면서도 “웬만한 한국 관련 이슈를 다 아는 나조차 위안부와 세월호 비하 이슈는 처음 듣는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두 사례와 달리 유튜버들이 언급하는 태극기 모욕은 실제 발생한 ‘외교적 논란’이다. 올 2월말 한 베트남 네티즌이 ‘사우스 코로나’라는 제목으로 태극 문양을 코로나19 바이러스 형태로 변형시킨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이후 각종 SNS로 확산됐다. 현재 해당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다. 베트남 당국은 계정 강제 폐쇄 여부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지만, “베트남이 똑같은 상황을 당했어도 매우 화가 났을 것”이라며 “일부 국민의 행동이었지만 상당히 부적절했다”고 밝혔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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