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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코로나 위기 이후 노동의 미래

입력
2020.05.22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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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이후 너무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러면서도 정작 바이러스 면역은 아직도 한참 먼 얘기라고 하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충격에 대해선 둔감해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러나 적어도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아직도 한참 더 남아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아마도 1997년 말 환란 이후보다 더 심각한 취업난과 실업난이 나타나지 않겠는가 하는 예측들이 나온다.

그런 거대한 일자리 충격은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내년에 백신이 나오고 사회적 거리 두기도 느슨해지고 식당과 상점에 사람들이 다시 가득 차면 웬만한 일자리 손실은 만회될 수도 있을 것이란 희망도 있지만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그 이전과는 다를 것이란 국내외 진단과 예측들이 꽤 설득력이 있다.

어떻게 다를까? 노동의 미래는 어떻게 흘러갈까? 우선 4차 산업혁명의 진수인 산업의 디지털화가 매우 빨라질 것이다. 비대면 거래, 앱 기반 상거래, 무인화, 자동화, 플랫폼화 등등 유사한 흐름이 확산되면서 고정적 사회관계로서의 고용관계가 취약해질 것이다. 자본주의의 고전적인 자본과 노동 간의 이원적 구분과 대응관계가 희석되면서 사용자 책임이라 부과되었던 노동법적 규제가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노동하는 사람들 보호는 어떻게 되어야 하나. 결국 임금노동을 하든, 자영노동을 하든 또는 수시로 알바를 하면서 수시로 학업에 종사하든 이런 복잡한 사회적 지위를 생계가 취약한지 아닌 지로 대별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보편적으로 적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이는 소득이란 단일 잣대로 측정하고 평가할 수밖에 없고 소득이 많은 사람들이 양보하고 소득이 적은 사람들이 보충받는 복지국가적 재분배 기조가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조세부담률도 OECD 평균 수준이 기준이 되고 세금을 피해 해외로 나가려는 움직임도 나타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해외로의 자본 유출이 이전의 세계화 세상처럼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가능하다. 미국과 중국 간 전면적인 상호 대치와 냉전이 연출되고 있고 여타의 선진국들에서도 이른바 경제 민족주의라고 할 수 있는 경제 노선이 강화되고 있다. 국제적인 교역 질서가 해체되고 반세계화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최소한 느슨한 세계화로 진입하면서 개방수출경제에서 우리가 누려왔던 이익 구도가 잠식당할 가능성이 커졌다. 해외 투자나 이전이 매우 불확실한 환경이 등장하면서 이전보다 자기 나라 안에서의 자본 운동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자국 내에서 향후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산업자본 활용을 하기 위해 기업들은 결국 가급적 무인화, 자동화, 디지털화를 추구할 것이다. 노동 절감적인 생산과 유통이 확산되면 일자리가 줄고 재능 있는 인력들과 단순 인력들 간의 이중 구조는 더 심화될 것이다. 단지 임금 수준만이 아니라 일자리 기회 자체에서 격차가 커질 것이다.

이런 변화는 새로운 사업 기회의 창출을 가져와 부분적으로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겠지만 더 많은 기존 산업과 기업 안 노동자들의 구조조정을 수반할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가진 유통업체가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점포 인력은 축소되고 배달인력은 늘어나겠지만 그 규모가 비슷할 수는 없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에서 겪은 경험을 기반으로 부품 조달과 조립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바이러스에 취약한 사람들의 숫자는 줄이면서 적시 생산을 가능하게 할 로봇 숫자는 늘어날 것이다. 이런 일자리 위기에 직면한 노동자들은 한편으로는 기업 안에서 노조를 만들어 고용보장을 받으려고 할 것이고 노사관계는 매우 불안한 국면에 빠질 것이다.

이런 전망이 그대로 진행되지 않기를 바란다. 예측을 피하기 위해선 효율적이고 통합적인 사회안전망 구축, 혁신능력으로 무장된 인력 양성, 적정 임금과 고용 보장 간의 노사 타협 등을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준비해야 한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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