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통계청의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브리핑에 강신욱 통계청장이 직접 나섰습니다. 통상 국장이나 과장급이 하던 브리핑인데, 이례적으로 청장이 자청한 겁니다.
이유는 이번 조사부터 과거와 다른 조사 방식이 적용돼 청장이 손수 그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간 3년 주기로 바뀌던 조사 표본은 1년 주기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소득분위별로 매달 어느 정도 흑자를 얻는지, 버는 돈 보다 쓰는 돈이 더 많은 가구 비중은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있게 됐습니다.
조사 방식 변경은 당초 폐지하려던 통계를 다시 살리는 과정에서 이뤄졌습니다. 가계동향조사는 1963년부터 2016년까지 지금처럼 소득과 지출 분야로 나눠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고소득 가구가 질문에 잘 답하지 않는 등 통계의 신뢰성에 문제가 지적되자 통계청은 소득 부문 조사를 2017년까지만 하고, 이후에는 지출 부분만 통계를 작성할 예정이었습니다. 소득 부문은 행정자료를 이용한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대체할 계획이었죠.
그런데 막상 2017년 들어 ‘소득주도성장’론을 강조하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가계의 소득 동향을 잘 보여줄 통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여당에서 나왔고, 학계에서도 소득 조사를 폐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분기별 소득 통계를 다시 작성하게 됐습니다. 대신 기존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조사 방법을 바꾸기로 한 것입니다.
하지만 조사 방법을 바꾸고 나니, 2019년 이전과 이후의 소득분배지표가 기준이 달라 흐름을 비교할 수 없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조사 방식 변경 전후의 두 가지 기준을 모두 활용해 병행 조사를 한 지난해 1분기 통계만 봐도 과거 방식대로는 소득 5분위 배율이 5.80배에 달하지만 새 방식대로는 5.18배로 크게 낮아집니다. 올해 1분기 5분위 배율(5.41배)은 조사 방식 변경 전인 2017년 1분기(5.35배)보다 더 벌어진 것인지 개선된 것인지 알 수 없어진 셈입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의도적인 통계 조작”이라는 비판이 일어 통계청이 곤혹스러워 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소득 부문 조사가 유지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충격이 경제와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당초 계획대로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이용했다면 통계가 나오기까지 통상 1년 이상 기다려야 했으니까요.
강 청장은 이날 이런 과정을 설명하면서 “소득 통계를 지속시키기로 한 결정이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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