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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셰익스피어와 코로나

입력
2020.05.26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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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
윌리엄 셰익스피어.

기네스북에 따르면 작품이 장편영화와 TV드라마로 가장 많이 만들어진 작가는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다. 세계적으로 410편이 만들어져 대중과 만났다. ‘로미오와 줄리엣’(1968)처럼 원작을 그대로 살린 영화도 많지만, 각 문화권에 맞게 번안해 만들어진 작품도 적지 않다. 일본 영화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1910~1998) 감독은 셰익스피어 열렬 애호가 중 한 사람이었다. 그가 ‘맥베스’를 바탕으로 전국시대를 그린 ‘거미의 성’(1957)은 지난해 영국 일간 가디언이 꼽은 셰익스피어 원작 영화 1위이기도 하다.

□1666년 9월 런던에서 대화재가 발생했다. 한 제과점에서 시작된 불은 바람을 타고 런던 중심부를 휩쓸었고, 나흘 동안 집 1만3,200채를 삼켰다. 석조 건물에 사는 귀족층보다 목조 건물에 사는 서민의 피해가 컸다. 영국식 초가지붕이 화재를 키웠다. 당시엔 위층으로 갈수록 면적을 넓히는 건축술이 유행해 집들이 머리를 맞댄 모습이었다. 불은 지붕을 타고 화마가 됐다. 대화재 이후 런던에서 초가지붕 사용은 전면 금지됐다. 1997년 331년 만에 초가지붕 사용이 딱 한 차례 허용됐다. 새로 지은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이었다.

□원래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은 1599년 만들어졌다. 셰익스피어는 이곳에서 희곡을 쓰고 연극을 올려 돈을 벌었다. 1613년 화재로 소실됐다가 1614년 재건축됐고, 1644년 철거됐다. 미국인 연극 연출가 샘 워너메이커가 1970년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 재건을 주창했고, 고증을 거쳐 원래 극장이 있던 자리에 다시 들어섰다. 주로 셰익스피어 연극들이 이곳 무대에 오른다. 중세 의복을 입은 배우들을 보며 셰익스피어의 생전을 떠올릴 수 있다. 세계 각지에서 만들어진, 다종다양한 셰익스피어 연극들도 공연된다.

□세계 셰익스피어 애호가들의 성지인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이 존립 위기에 놓였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원인이다. 지난 18일 미국 연예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은 코로나19로 3월 18일부터 문을 닫은 이후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다시 문을 연다고 해도 운영이 힘들 정도라고 한다. 죽어서 불멸의 존재가 된 셰익스피어의 명성조차 코로나19 앞에는 무기력하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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