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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내 편 들라” 압박… ‘새우등’ 한국, 홍콩보안법이 첫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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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내 편 들라” 압박… ‘새우등’ 한국, 홍콩보안법이 첫 시험대

입력
2020.05.28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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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한국 지지 기대” 이례적 요구… 한국에 양자택일 경고로 해석 

 전문가들 “선택 고민 말고 국익 원칙 세워 사안별 입장 정리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전몰장병을 추모하는 메모리얼 데이(현충일)를 맞아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의 국립기념물 맥헨리 요새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전몰장병을 추모하는 메모리얼 데이(현충일)를 맞아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의 국립기념물 맥헨리 요새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미국이냐, 중국이냐’ 선택지가 한국 외교 코앞까지 닥친 양상이다. ‘홍콩 안전수호에 관한 법률(홍콩보안법)' 제정이 임박한 상황에서 중국이 이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요구하면서다.

신(新)냉전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미중 패권 싸움 속에서 '전략적 모호성' 입장을 취해온 정부는 한쪽 편을 들 입장이 아니다. 하지만 홍콩 문제를 일단 넘긴다 해도 미국이 이끄는 경제번영네트워크(EPN) 동참 여부 등 또 다른 선택지 압박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기존 전략적 모호성 유지라는 외교 패턴만으로 향후 미중 갈등 국면을 돌파하긴 어렵고 ‘고래 사이에 끼인 새우’ 신세가 될 것이란 걱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당장 중국의 압박이 거세다. 주한중국대사관은 26일 "지난 주말 홍콩보안법 진행 상황을 외교 채널을 통해 한국 정부를 포함한 각계와 공유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도 24일 중국 관영 CCTV 인터뷰에서 “홍콩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이 이해와 지지를 보낼 것으로 믿는다”고 공개적으로 선을 제시했다.

외교부로선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정부 당국자는 27일 "홍콩 문제에 대해 외부의 개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게 중국의 원칙이었는데 '한국의 지지를 기대한다'는 이번 입장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이 처한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중국이 한국의 지지를 요구한 것은 전략적 모호성을 더는 놔두지 않겠다는 '경고'로도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홍콩보안법은 민주주의와 인권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애당초 중국을 지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미국 역시 반대 입장이 분명하다. 다만 중국의 내정 사안인 데다 경제ㆍ북핵 등 협조가 필요한 상황에서 굳이 반대 입장을 천명할 이유도 없었다. 그간 외교부가 "홍콩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고 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때문에 홍콩보안법 문제를 두고 정부가 미ㆍ중 어느 한쪽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조치를 취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홍콩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만의 원칙은 세울 수 있지만 이를 서둘러 대외에 공표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격돌할 미ㆍ중 사이에서 기존의 '줄타기 외교'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다. 미국 대선 경쟁이 격해질수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는 거세질 가능성이 높고, 중국 역시 가만히 물러설 수 없다. 한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양국의 압박이 거세질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전문가들은 원칙을 앞세운 줄타기 외교로 전환할 때라고 조언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ㆍ중 가운데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벗어나 각 사안 별로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입장을 정리해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중국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한 미국의 EPN 동참은 정부의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난다. 다만 EPN 불참이 중국 편을 든 것은 아니고 자유무역질서에 대한 한국의 확고한 입장은 이것이다’ 식으로 사전 입장을 표명하고, 중견국가들의 지지를 모아가는 식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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