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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G의 기분 좋은 배신 “몸에 나쁘다는 건 음모론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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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G의 기분 좋은 배신 “몸에 나쁘다는 건 음모론일 뿐”

입력
2020.05.29 08: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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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변형식품(GMO). 게티이미지뱅크
유전자변형식품(GMO). 게티이미지뱅크

버터, 고기, 달걀, 소금, 글루텐, 유전자변형식품(GMO), 알코올, 커피, 다이어트콜라, 글루탐산나트륨(MSG), 비유기농 식품. 흔히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꼽을 때 자주 언급되는 것들이다. 정말 이 음식들은 건강에 해로울까.

그동안 죄책감을 느끼며 이런 음식들을 먹었던 사람에게 미국 인디애나대 의대 소아과 교수이자 공중보건 전문연구센터장인 저자는 명쾌한 답을 내놓는다. ‘생각만큼 위험하지 않으니 걱정 말고 먹으라’고. 고기나 달걀, 소금, 커피야 그렇다 쳐도 GMO와 MSG, 알코올이 몸에 나쁜 게 아니라니 믿어도 될까.

저자의 판단은 단호하다. “GMO는 생각보다 훨씬 괜찮다”면서 GMO를 먹는다고 알레르기 반응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고, 소화기관에 부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며, DNA를 어지럽히지도, 암 발생 빈도가 증가하지도 않는다고 단언한다. 근거는 GMO의 인체 영향을 연구한 여러 실험과 논문이다. 책에선 GMO가 보통 식품과 다름 없이 안전하다는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한림원의 2016년 논문을 인용했다.

코로나시대, 식품 미신과 과학의 투쟁

에런 캐럴 지음ㆍ김홍표 옮김

지식공작소 발행ㆍ520쪽ㆍ2만5,800원

MSG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MSG가 몸에 나쁘다고 여기지만 저자는 “음모론의 소재”라고 못 박는다. MSG에 있는 글루탐산은 과학자의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물질이 아니라 모든 단백질에 포함돼 있는 물질이다. 세포가 에너지를 만들 때 사용하기에 인간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이기도 하다. 저자는 “불행히도 MSG라는 ‘화학물질’이 신체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이 결국 화학물질 아니던가”라고 반문한다.

유기농 식품의 신화도 철저히 깨부순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사탕수수로 만든 설탕도 비유기농 사탕수수로 만든 설탕과 똑같은 분자로 이뤄진다. 살충제를 덜 사용하니 좀 더 건강에 좋지 않겠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겠다. 저자는 “일반 식품에서도 안전 기준치의 최대량보다 적은 살충제가 검출되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코웃음 친다. 미국에선 유기농 농부들이 일반 농법을 쓰는 농부보다 유기농 살충제를 더 많이 쓴다고도 주장한다.

이런 음식들이 건강에 전혀 해롭지 않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저자는 “지나치게 많이 먹거나 전혀 먹지 않을 때 건강에 해로울 수는 있다”며 “문제는 얼마나 먹어야 많이 먹는 건지 알아내기 힘들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무조건 나쁜 음식이라고 믿고 멀리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가공 식품보다는 가공하지 않은 식품을 많이 먹자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저자의 이 같은 주장이 의심스러울 수도 있다. 그런데 ‘의심’은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덕목이기도 하다. 그는 “식단과 건강에 관해서라면 심지어 과학자의 얘기라도 모두 믿으면 안 된다”며 진실은 몇 건의 연구로 밝혀 내기엔 훨씬 복잡하다고 말한다. 특정 음식이 건강에 좋은지 나쁜지 단정적으로 말하기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코로나 시대’라는 제목이 붙었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인 2017년에 처음 출간됐다. 원제는 ‘나쁜 음식 경전(Bad Food Bible)’이다. 음식에 대한 미신은 감염병 시대의 적이니 현명한 밥상 과학으로 건강한 몸을 유지하자는 취지에서 지은 제목이라는 게 출판사의 설명이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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