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ㆍ방화 빈발… 경찰서 털리고 주방위군까지 소집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이 숨진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약탈과 방화 등 폭동으로 번졌다. 한 경찰서는 소속 경찰들이 폭도들에 밀려 경찰서를 비우기까지 했다. 급기야 주(州)정부는 시위 진압을 위해 방위군 소집을 결정했다. 일각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사회ㆍ경제적 고통에 억눌린 민심이 터져 나오면서 제2의 ‘로스앤젤레스(LA) 폭동’으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 CNN방송과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날 0시를 넘긴 늦은 시간까지 사건 발생 장소인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곳곳에서 항의 시위가 계속됐다. 거리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메가폰으로 “정의도 평화도 없다”고 외쳤다. 수백명이 참여한 평화 집회는 시간이 가면서 과격 시위로 돌변했다. 상점 유리창을 깨는 폭력 행위가 빈발했고 주택가, 차량 등에 대한 방화도 30여건 발생했다.
과격 행위는 끝내 경찰서 방화로 이어졌다. 시위대 일부가 제3지구 관할 경찰서에 불을 질렀고 경찰관들은 경찰서 건물을 버리고 달아났다. WP는 시위대가 28일 오후 11시쯤 텅 빈 경찰서를 점령했다고 전했다. 해당 지역은 심지어 건물 폭발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시 당국은 트위터를 통해 “제3지구로 가는 가스관이 끊기고 건물 안에 다른 폭발물 자재가 있다는 신고가 있다. 안전을 위해 건물 근처에서 후퇴하라”고 경고했다.
발단은 흑인 조지 플로이드(46) 사망 사건이었다. 25일 미니애폴리스 경찰이 위조지폐 거래 혐의로 플로이드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이미 수갑을 찬 그의 목을 무릎으로 압박해 숨지게 했다. 이를 명백한 ‘인종 차별’로 여긴 시민들은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 4명을 체포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격렬한 시위가 시작됐다. 해당 경찰관들은 현재 해고된 상태다.
상황이 악화하면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 방위군 소집 명령을 내렸다. 미니애폴리스와 함께 비상상태가 선포된 세인트폴도 28일 상점 20여곳이 약탈 당했고, 각종 매장에 불을 지르는 방화 공격도 이어졌다.
폭력 시위는 미네소타를 넘어 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콜로라도주 덴버에서는 시위 도중 주의회 의사당을 향해 6,7발이 총탄이 발사됐다고 현지 경찰이 발표했다. 27일 LA에서는 시위대 수백명이 고속도로를 막고 순찰 차량 유리를 박살 내기도 했다. 테네시주 멤피스, 뉴욕에서도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을 빚었다.
폭동 움직임이 거세지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폭력배들이 조지 플로이드의 기억을 불명예스럽게 만들고 있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통제하겠지만 만약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도 시작될 것”이라고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를 남겼다. 월즈 주지사에겐 “군대가 항상 함께 있을 것”이라며 지지 의사를 전했다.
한편 플로이드 유족은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들을 살인죄로 사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자체 부검 계획을 밝혔다. 경찰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주ㆍ연방정부는 아직 경찰관들의 혐의를 발표하지 않았으나 법무부는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엄정한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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