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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공문서 관리 마음대로? 불신 자초한 아베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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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공문서 관리 마음대로? 불신 자초한 아베 정권

입력
2020.05.31 12:20
수정
2020.05.31 19:1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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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전문가회의 회의록 작성 안해

국민 불만 큰 ‘정부 대응’ 검증 어려워져

공문서 둘러싼 아베 정권의 고질병 재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5월 25일 긴급사태 선언 해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 영상이 도쿄의 번화가인 가부키초에 위치한 건물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을 통해 방송되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5월 25일 긴급사태 선언 해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 영상이 도쿄의 번화가인 가부키초에 위치한 건물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을 통해 방송되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고질병인 ‘자의적인 공문서 관리’ 논란이 또 불거졌다.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조언을 받아온 전문가회의의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비판여론이 거셌던 정부 대응에 대한 검증을 어렵게 하기 위한 의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5월 28일 “전문가회의는 공문서 관리 지침이 정한 ‘정책을 결정 또는 양해하지 않는 회의 등’에 해당해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책 결정 회의가 아닌데다 전문가들의 다양하고 솔직한 의견 제시를 위해 발표자를 특정하지 않은 채 회의 개요만 작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아베 정부가 지난 3월 10일 코로나19를 ‘역사적 긴급사태’로 규정하며 공개적으로 했던 다짐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나 다름없다. 당시 아베 총리는 “제대로 검증할 수 있도록 문서 작성과 보존을 철저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전문가회의는 정부 정책 결정의 토대가 되는 만큼 사후 검증을 위한 회의록 작성이 필수다. 어떤 의견들이 제기됐고 어떤 과정을 거쳐 정부에 전달됐는지, 이를 근거로 정부는 어떤 정책을 결정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3차 유행은 물론 새로운 감염증 발생시에도 중요한 참고가 될 수 있다.

아베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가운데 가장 거센 비판을 받은 유전자증폭(PCR) 검사 조건 문제가 단적인 예다. 후생노동성은 ‘37.5도 이상 발열 4일 이상 지속’을 조건으로 제시했고,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신속한 검사ㆍ치료를 받지 못해 병세가 악화하거나 사망한 사례가 속출했다. 현장 상황과 거리가 먼 까다로운 조건이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른 건지 아니면 정부의 독단적 결정인지 확인하기 위해선 전문가회의의 회의록을 살펴봐야 한다.

이번 논란은 정부의 공문서 관리에 대한 야당과 국민의 불신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관방장관이었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입헌민주당 대표는 “9년 전 지적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자민당과 공명당은 정부 회의록이 작성되지 않았다며 민주당 정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아베 정권에선 국유지 헐값 매각을 둘러싼 모리토모학원 스캔들 당시 재무성 문서에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등장하는 부분이 삭제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지난해 말엔 사유화 의혹이 제기된 ‘벚꽃을 보는 모임’에 대한 야당의 추궁이 잇따르자 정부는 초청자 명부를 파기했다며 발뺌한 바 있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국민민주당 중의원 의원은 “아베 내각의 레거시(유산)”라고 힐난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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