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000명 넘는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산업재해 공화국’의 오명을 벗기 위해 28년만에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일명 김용균법ㆍ이하 산안법)이 사업주의 처벌을 강화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31일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발간한 ‘안전보건 이슈리포트’에서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올해 1월부터 시행중인 개정 산안법상 안전ㆍ보건조치미이행치사죄의 양형기준이 일반 업무상과실치사죄보다 낮아 여전히 재판에서 매우 가벼운 사건으로 다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초 산안법 개정 정부안은 산안법 위반 시 기존 7년 이하의 징역을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었으나 국회는 안전ㆍ보건조치미이행치사죄의 법정형은 동일하게 유지하되 형이 확정된 후 5년 이내 동일 범죄를 저지를 경우 그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는 누범 규정을 신설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누범으로 인해 가중되는 형은 법정형일뿐 실제 선고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여전히 법정형의 하한선인 ‘1년 이상’은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일반적으로 법원은 상한 부근에서 구체적 형기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하한 부근에서 형기를 선고하기에 누범가중 규정 도입에도 불구하고 현재와 동일한 형량을 선고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애초에 산안법 위반에 실형이 선고되는 비율이 극히 미미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법원행정처 사법연감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심 법원이 산안법 위반 피고인에게 실형(유기자유형)을 선고한 예는 매년 5건 이하로, 평균 1%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대부분 벌금형을 선고했다. 약한 처벌로 인해 산안법 위반 전과자 수는 매년 늘어나 2017년엔 전과미상 73%를 제외하고 초범은 6.6%에 불과했고 전과자는 20.9%에 달했다.
게다가 현재 안전ㆍ보건조치미이행치사죄의 양형기준 권고형량구간은 일반적인 업무상과실치사죄보다 낮다. 업무상과실치사죄의 경우 △기본형량구간 8월~2년 △감경할 경우 4월~10월 △가중할 경우 1년~3년인데 반해 안전ㆍ보건조치미이행치사죄는 △기본형량 6월~1년6월 △감경 4월~10월 △가중 10월~3년6월에 불과하다. 지난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양형기준 인식조사 결과 현행 ‘징역 6개월~1년6개월’에 대해 58.9%가 ‘적정하지 않다’고 응답했고, 이중 91.7%는 ‘양형기준을 더 높여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 교수는 “장기적으로 안전ㆍ보건조치미이행치사죄의 법정형을 높이는 입법적 노력이 필요하고 단기적으로는 죄의 양형기준을 규범적으로 조정해 권고형량범위를 상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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