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국회법 위의 국회… ‘여의도 불치병’ 지각 개원, 또?

알림

국회법 위의 국회… ‘여의도 불치병’ 지각 개원, 또?

입력
2020.06.01 01:00
5면
0 0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이 열린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김태년(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이 열린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김태년(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국회법상 21대 국회 임기가 5월 30일부터 시작됐다. 30, 31일이 주말이라 공식 시작은 이달 1일부터다. 개원, 즉 국회가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을 꾸리고 정식으로 문을 여는 시점을 국회법은 이달 5일로 명시했다. 그러나 국회는 이번에도 국회법을 지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상임위원장 자리 다툼 때문이다. 13대 국회부터 고쳐지지 않는 ‘지각 개원’이 이번에도 반복될 전망이다. 여야는 21대 총선에서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수없이 약속했지만, 이번에도 말뿐이었던 셈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주말 내내 대화 창구를 닫은 채 21대 국회를 ‘기 싸움’으로 시작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31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무슨 일이 있어도 5일에 개원하고 의장단을 선출하겠다”고 압박했다. 통합당이 ‘법제사법위ㆍ예산결산특위 사수’ 입장을 철회하지 않으면 177석 슈퍼 여당의 힘으로 단독 국회를 열겠다고 위협한 것이다. 이에 최형두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무소불위의 여당이 밀어붙인다면 의회 독재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모든 비상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며 응전을 경고했다.

 ◇국회법, 안 지켜도 그만… 처벌 조항 없어 

지각 개원은 군사독재 정권 이후인 13대 국회 이후부터 이어진 악습이다. 13대부터 20대 국회까지 원 구성(의장단ㆍ상임위원장단 등 구성)에 걸린 평균 기간은 41.4일이었다. 여야가 원 구성 시한을 지킨 적은 한 번도 없다. 13대 국회 때 125일이 걸려 최악의 기록을 남겼고, 가장 짧은 기록은 18대 후반기 때의 9일이었다.

국회는 왜 국회법을 지키지 않는 것일까. 무엇보다 국회법을 어겨도 처벌받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법으로만 따지면 원 구성을 1, 2년씩 끌어도 아무도 사법 처리되지 않는다. 국회법상 의원이 처벌받는 것은 국회 회의를 물리적으로 방해했을 때(국회 회의 방해 죄ㆍ166조)가 유일하다. 이 조항도 2012년에서야 신설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가운데) 원내대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가운데) 원내대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에선 국회법보다 힘이 센 게 여야 교섭단체 사이의 합의와 협상이다. 합의가 있으면 국회법을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다. 반대로 합의가 없으면 국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의원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합의 정신’이다. 의석 20석 이상을 확보한 정당이 마음만 먹으면 국회를 얼마든지 멈춰 세울 수 있다는 얘기다. 국회법 위에 여야 원내대표단이 있는 셈이다.

국회를 여야 합의로 운용하기로 한 건 특정 정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합의 주체들의 ‘선의’가 보장되지 않는 한, 합의 우선 원칙은 변질될 수밖에 없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국회법이 못박는 시한까지 원 구성 합의가 안 되면 의석 비율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강제 배분하는 식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야 바뀌면 생각도 바뀌는 ‘내로남불 협상’ 

민주당은 ‘국회를 다수 정당 뜻대로 운영하는 게 민의’라고 주장하고 있고, 통합당은 ‘힘의 논리를 내세우는 건 독재’라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이 야당이었을 때, 반대로 통합당이 여당이었을 땐 말이 달랐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2008년 여당인 한나라당(통합당 전신)의 원내수석부대표였다. 한나라당이 18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자 당시 주 원내대표는 “과반 의석을 가진 정당이 국회의 모든 상임위원장을 맡으면 굳이 여야가 협상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요즘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하는 말과 똑같다. 그는 최근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18개를 전부 확보해 국회를 책임 있게 운영해야 한다”고 해 통합당을 발칵 뒤집었다. 2008년 승자 독식 논리를 설파했던 주 원내대표는 김 원내대표의 위협에 “차라리 국회를 없애라”고 발끈했다.

2008년 민주당은 어땠을까. 민주당 전신인 통합민주당의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주 원내수석의 말은) 국회를 힘으로 밀어붙이자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내민남독’, 즉 ‘내가 하면 민주주의요, 남이 하면 독재’인 셈이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