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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사망 시위에 '불타는 미국'... 연방軍 투입 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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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사망 시위에 '불타는 미국'... 연방軍 투입 대기

입력
2020.05.31 18:41
수정
2020.05.31 22:5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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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인 경찰 가혹행위에 숨져 촉발… 사건 일어난 미니애폴리스서 시작 

 워싱턴 뉴욕 등 75개 도시로 번져… 1992년 LA 시위 이래 ‘최악의 폭동’ 우려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인종차별 규탄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한 시위 참가자가 치솟는 화염을 뒤로한 채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연합뉴스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인종차별 규탄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한 시위 참가자가 치솟는 화염을 뒤로한 채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연합뉴스

미국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의 강압적인 체포 과정에서 숨진 뒤 이에 항의하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미 전역에서 유혈 폭동과 폭력 사태로 비화하고 있다. 시위는 수도 워싱턴을 포함해 최소 75개 도시로 번졌고 주요 대도시에 주방위군 투입과 함께 야간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흑인 시위 이후 28년만에 연방군 투입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25일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발생 몇 시간 뒤 시작된 시위는 이날까지 워싱턴ㆍ뉴욕ㆍ필라델피아ㆍ마이애미ㆍLAㆍ시카고 등 미 전역에서 최소 75개 도시로 확산됐다. 평화롭게 시작한 시위가 과격해지면서 LAㆍ시카고 등을 포함한 주요 도시 25곳에서 야간 통행금지령이 발동됐지만 유혈ㆍ폭력 상황이 계속되면서 최루탄과 고무탄까지 이용한 무력진압이 이어졌다.

미국 콜로라도주 스프링스에서 30일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규탄 시위 중 한 참가자가 든 팻말의 ‘숨을 쉴 수 없어요’라고 쓰인 문구가 빗물에 흘러내리고 있다.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과잉 제압 당시 한 이 말은 시위대의 캐치프레이즈로 쓰이고 있다. 스프링스=AP 연합뉴스
미국 콜로라도주 스프링스에서 30일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규탄 시위 중 한 참가자가 든 팻말의 ‘숨을 쉴 수 없어요’라고 쓰인 문구가 빗물에 흘러내리고 있다.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과잉 제압 당시 한 이 말은 시위대의 캐치프레이즈로 쓰이고 있다. 스프링스=AP 연합뉴스

워싱턴에서는 대통령 비밀경호국의 차량 3대가 파손돼 백악관이 한 때 모든 출입을 막는 봉쇄 조치를 취했다. 미니애폴리스에서는 경찰당국이 시위현장 인근 경찰서에 대피명령을 내리자 시위대가 텅 빈 경찰서에 불을 질렀다. 세인트폴에서는 상점 200여 곳이 약탈당했다. LA와 시카고에서도 경찰차가 불타거나 파손됐다. 28일부터 사흘간 17개 도시에서 최소 1,400명의 시위 참가자가 체포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30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인종차별 규탄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최루탄을 뒤집어쓴 한 시위 참가자가 눈을 씻어내고 있다. 롤리=AP 연합뉴스
30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인종차별 규탄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최루탄을 뒤집어쓴 한 시위 참가자가 눈을 씻어내고 있다. 롤리=AP 연합뉴스

인명피해도 잇따랐다. 7,500여명이 거리로 나온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는 시위현장에서 총격이 발생해 연방청사 보안요원 1명이 숨졌다. 디트로이트에서는 시위 도중 21세 남성이 총에 맞아 숨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인종차별 항의 시위와 관련된 폭력으로 최소 4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시위가 격화되자 미네소타ㆍ오하이오 등 최소 12개 주정부와 수도 워싱턴이 주방위군을 투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폭도’ ‘약탈자’로 지칭하며 연방군 투입을 시사했다. 국방부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뉴욕주 포트드럼 기지 등에 파견 대비를 명령한 상태다. 연방군 투입은 1992년 로드니 킹 사건 이후 발생한 LA 흑인 시위가 가장 최근 사례다.

이번 시위의 양상을 ‘코로나 사태’와 연관짓는 해석이 적지 않다. 사망자가 최근 10만명을 넘고 4,000만명 이상이 실직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이반된 민심이 급격히 분출됐다는 것이다. CNN 정치평론가 데이비드 거건은 “대통령이 중국ㆍ트위터 등과 싸우고 세계보건기구(WHO)와 관계를 끊는 일에 몰두하는 동안 미국은 비극에 비극을 더하는 시기를 맞고 있다”고 한탄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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