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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선완의 9988] "기운 없어" "갑자기 울컥"...다양한 노인 우울증 50% 이상 완치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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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선완의 9988] "기운 없어" "갑자기 울컥"...다양한 노인 우울증 50% 이상 완치 가능

입력
2020.06.03 01: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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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선완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기선완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우울증은 노인에게 흔한 질병이지만 진단이 잘 되지 않고 충분히 치료받는 경우도 드물다. 무엇보다 노인 스스로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연구 보고에 따르면 1차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노인들의 10%는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데도 절반 만이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더구나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고 답한 경우는 5명 중 1명에 불과했다. 실제로 병원에 오는 노인 환자 중 “우울합니다”라고 먼저 말하는 환자는 거의 없다. 노인들은 자신의 감정을 인지해서 언어로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단순히 기운이 없고 몸이 처지고 무기력한 증상만 호소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의학적으로 평가하기 애매한 증상을 호소하는 노인들도 많다. 머리가 띵하고 몸이 화끈거리며 바람이 몸으로 휙 들어 왔다 나간다는 식이다. 가슴 부위의 불편함이나 위장 장애를 호소하는 노인들도 적잖다. 갑자기 울컥하고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고 털어놓는 경우도 있다. 주의 집중과 동기 부여가 안되기 때문에 기억 등록이 약해 인지 기능의 저하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치매로 오인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울증에 의한 가성 치매(가짜 치매)는 우울증이 치료되면 좋아진다. 노인의 우울증은 여자에게 더 많고 빈곤과 고립, 만성 신체질환, 그리고 우울증의 가족력이 있거나 배우자가 없는 경우에 더 흔하다. 한 노인이 가족들 가운데 중증 환자나 장애인에 대한 간병의 역할을 떠맡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돌봄을 제공하던 노인도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아 진다. 노부부가 같이 살다 사별을 하게 되면 정상 애도 반응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를 우울증과 구분하는 것도 쉽지 않다.

더구나 우울증이 만성적인 신체질환으로 인한 통증과 외로움, 사회적 고립과 동반되면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도 커진다.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다. 우리나라 자살 문제의 핵심이 바로 노인들의 극단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핀란드에서 1997년부터 2년 간의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자살 시도를 하기 전 우울증으로 진단된 노인은 단지 4%에 불과했다. 극단적 시도 후에도 57%의 시도자들이 우울증으로 치료받고 있다는 게 조사 결과였다.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역학조사에선 65세 이상의 5%, 75세 이상의 23%가 주요우울장애로 진단됐다.

노인 우울증은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다. 면담과 항우울제 약물치료로 대부분 증상의 호전을 확인할 수 있다. 적어도 50% 이상에서 완치된다. 노년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인 우울증에 대한 두려움부터 없앨 필요가 있다.

기선완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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