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적용되는 국내 기업엔 허용 안돼
“사용자가 구글 지도에서 식당을 검색하거나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시청할 때, 구글에서는 사용자의 활동에 관한 정보(시청한 동영상, 기기 ID, IP주소, 쿠키 데이터, 위치 등)를 수집 및 이용할 수 있습니다.”
구글 가입 시 제대로 읽지 않고 스쳐 지나가는 설명 페이지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다. 서비스 가입만으로도 구글이 사실상 나의 모든 활동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뜻이다. 페이지 아래에 숨겨진 링크를 누르면 가입 시 ‘개인 맞춤 광고 표시’와 ‘유튜브 검색ㆍ시청 기록 저장’에 이용자들이 자동으로 동의하도록 이미 체크가 된 상태다. 일일이 읽기 귀찮아 ‘동의’라는 파란색 버튼을 누르는 순간, 사실상 내가 자발적으로 동의하지 않은 정보까지 모두 넘겨주게 되는 셈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개인의 정보를 기업이 최소한으로 수집하도록 정부에서 가하고 있는 규제가 해외 서비스에는 무용지물이다. 해외 기업들이 국내 서비스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해 서비스 질을 높이는 동안, 국내 기업들은 규제에 묶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온라인 개인정보 처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국내 서비스들은 개인정보 수집 과정에서 필수 및 선택 정보를 구분하고, 선택 정보에 대해서는 별도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포괄적으로 전체 항목을 ‘동의’라는 버튼 하나로 받을 수 없게 규제해놓은 것이다. 이에 따라 네이버와 카카오, 옥수수, 왓챠 등은 개인정보 이용ㆍ활용 동의부터 본인확인 절차까지 복잡한 과정을 거치도록 돼 있다. 해외 이용자가 가입하기 어려운 이유다.
반면 구글과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해외 기반 서비스의 경우 이메일과 비밀번호만 있으면 가입이 가능할 정도로 간편하다. 개인정보 수집 범위도 넓은 뿐더러, 이를 한 번에 동의하도록 만들어 개개인의 엄청난 데이터를 매일 수집한다. 이들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을 고도화해 이용자의 상황과 위치, 관심사에 따라 달라지는 광고를 맞춤형으로 붙여주며 국내에서 큰 수익을 쓸어가고 있다. 사진에서 얼굴을 인식해 친구 추천을 해주는 기능(페이스북)이나 구글이 수집한 위치정보를 이용해 사진이 찍힌 위치를 추천해주는 기능(구글포토) 모두 국내 기업이라면 가이드라인을 어긴 서비스다. 국내 기업들이 규제에 묶여있는 동안, 해외 서비스들은 빠르게 국내 소비자들을 분석하며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때문에 방통위의 가이드라인과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만 가두고 있는 울타리를 대폭 낮춰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해외 기업에 적용하지 못할 가이드라인이라면, 국내외 사업자간 규제 불균형을 해소해 국내 사업자들의 AI 발전에 숨통을 틔워줄 필요가 있다”며 “자연스럽게 소비자들도 지금보다 훨씬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