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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기술력이 가져온 카타르 '잭팟'… LNG선 릴레이 수주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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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기술력이 가져온 카타르 '잭팟'… LNG선 릴레이 수주 이어지나

입력
2020.06.02 16:4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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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일 서울 롯데호텔 에메랄드룸에서 열린 카타르 LNG운반선 슬롯예약계약 MOA 서명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서명식에는 사드 쉐리다 알 카비 카타르 에너지 장관, 칼리드 빈 할리파 알 따니 카타르가스 CEO, 가삼현 현대중공업 대표,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 등이 참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일 서울 롯데호텔 에메랄드룸에서 열린 카타르 LNG운반선 슬롯예약계약 MOA 서명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서명식에는 사드 쉐리다 알 카비 카타르 에너지 장관, 칼리드 빈 할리파 알 따니 카타르가스 CEO, 가삼현 현대중공업 대표,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 등이 참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국내 조선업계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중동 카타르에서 20조원대의 기술집약적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잇따라 수주하면서다. 업계 내부에선 조만간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모잠비크 등에서 발주될 물량 확보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인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4월까지 LNG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단 1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선박 발주에 영향을 미친 탓이다.

이런 상황에 지난달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처음으로 초대형 부유식 LNG 저장 재기화 선박(FSRU) 1척을 중앙아메리카 지역 선주에게서 수주했다. 4,106억원 규모로 지난해 대우조선 매출액의 4.9%에 해당한다. FSRU는 LNG를 기체로 만드는 기능이 포함돼 있는 기술집약적인 선박이다.

1일 공개된 카타르 수주도 한국 조선업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낭보다. 카타르 국영석유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P)이 국내 조선3사에 할당한 물량은 LNG운반선으로 역대 최대인 103척(회사별 물량 분배는 비공개)에 달한다. 수주 금액만 23조6,000억원대로 알려졌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각 사별로 연평균 약 1조5,000억원 상당의 일감을 2024년까지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선박 건조기간이 최소 2년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번 카타르 수주는 미래 먹거리 확보와도 직결된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조선3사가 올해 1분기 실적 개선을 이룬 것도 2018년 이전 가져온 물량 덕분이다.

이번 수주는 특히 3조5,000억원(약 16척) 수준의 카타르 LNG선 등 최근 주요 선박에 대한 중국의 독식으로 위기감마저 감돌았던 시기에 가져온 결과란 점에서 고무적이다. 중국 조선업체들은 기술적인 측면에선 국내 업체들에 최소 4년 이상 떨어져 있지만 압도적인 정부의 선박금융으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LNG선의 경우, 발주처도 기술력을 감안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세계 1위인 한국 반도체처럼 중국 저가 수주로는 기술력이 바탕이 된 국내 조선업을 넘어서기엔 시기상조라는 설명이다. LNG 운반선은 LNG를 초극저온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극한 자연상황의 충격으로 보호하려면 고도의 기술이 필수다.

만에 하나 LNG 폭발사고가 발생하면 재앙에 가까운 위기에 처할 수도 있어 배 한 척당 가격도 벌크선(평균 2,500만달러)의 8배인 2억달러에 이른다. 실제 2018년에는 중국 후동중화가 건조한 LNG선 ‘글래드스톤’이 2018년 해상 고장으로 폐선 되기도 했다. 지난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 2,529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중 한국이 37.3%인 943CGT를 수주해 2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한 것도 기술 우위가 한몫을 했다.

이번 카타르 성과는 다른 LNG프로젝트 수주 가능성도 높여 주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카타르 LNG 수주로 다른 선사들의 발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조만간 러시아에서 쇄빙LNG선 발주 예정이며 모잠비크,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도 연내 발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번 대량 수주를 발판 삼아 패러다임 격변기에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조선업계도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해마다 선박 국제 환경규제가 엄격해지는 데다, 배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자율 운항하는 기술 등이 등장하는 등 친환경·스마트 선박으로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어서다. 친환경 스마트십(Smart Ship) 기술력을 끌어올려 초격차 조선강국으로 도약하려는 국내 업체들엔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과거 저이윤으로 홀대 받던 벌크선까지 첨단으로 무장해 고가로 판매할 수 있는 기술 혁신 시대가 조선업에도 열린 것”이라며 “수주에만 고무되지 말고, 기회를 붙잡을 수 있도록 기술개발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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